며칠 전,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친구 부부가 다녀갔다. 친구와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커서는 타향살이의 외로움도 함께 견뎠다. 부부끼리의 연애 시절도 잘 알고 있던 터라, 이야기는 밤이 이슥토록 이어졌다.
베트남 현지 주재원으로 있다가 15년 전 자기 사업을 시작한 친구는 매출 1천억원을 넘게 올리는 어엿한 기업가가 되었다.
친구가 사업을 시작해 2년 남짓 되었을 때였다. 국내 출장 차 귀국한 친구는 짬을 내 당시 내가 근무하던 사무실 근처로 왔고, 차를 한 잔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안부랍시고 ‘봉급쟁이로 살다 ‘업자’ 해보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대뜸 정색하고는 ‘사장으로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으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냥 알려주면 되지, 독립운동이라도 하니?’하며 속으로 서운해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나도 얼결에 봉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의 양조장을 인수, ‘업자’의 길로 나서게 됐다.
딴에는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불안과 불면의 밤이 계속되던 어느 날, 5년 전 친구가 보라던 책이 생각났다. ‘사장으로 사는 법’. 나는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집고는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규모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그 책 안에 있었다. 업자는 시시각각 몰려오는 예견된, 또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한없는 낙천과 긍정의 태도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는데, 결정은 오롯이 혼자의 몫이라 자주 고독해지기도 한다 했다. 그제야, 5년 전 정색하며 책을 읽어보라던 친구의 태도가 온전히 이해됐다. 그 입장이 아닌 이에게 말로는 도저히 이해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양조장 업자로 나서 좌충우돌한 지 만 5년이 지났다. 가장 힘들 때 만들었던 상품이 운 좋게 호응이 있었고, 주변 많은 스승들의 가르침이 있어 그럭저럭 버티는 중이다.
가끔 혼자 생각해 본다.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이 길을 택할까?’ 대답은 생각할 때마다 달라진다. 처한 사정이 매번 다르다보니 바라보는 풍경도 덩달아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도 분투 중인 모든 업자 분들께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성택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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