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 최북단 ‘향로봉’ 일대를 걸으면서 평화를 기원하는 ‘2022년도 백두대간 평화 트래킹 대회’에 참가했다. 강원도, 고성군, 강원도민일보사가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올해 4회째다. 향로봉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군사작전 지역이고 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국에서 200명을 선착순으로 신청 받아 조기에 마감되었는데 다행히 포함되었다. 향로봉은(1,290.3ⅿ) 행정구역상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 산1-2번지로 조상들이 매년 제사를 지냈던 진산(鎭山)이다. 이곳에서 발원해 북천~합축교를 따라 동해로 흐르는 물은 고성군민의 젖줄이다.
이른 아침 간성종합운동장에 집결해 등록, 절차를 끝내고 진부령 정상의 행사장에 도착했다. 개회식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거리는 왕복 36㎞이며 소요시간은 약 9시간이라고 한다. 각 조별 책임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군사작전도로를 따라서 걸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등산 애호가들은 선택돼 향로봉 가는 길을 걸으니 즐거워하는 표정들이었다. 도중에 백두대간 관련 책을 3번 발간했다는 산행작가를 만나 좋은 정보를 교환했고 길가에 곱게 핀 야생화가 우리를 반겼다. 몇 군데서 음료수 제공 등 서비스를 받았으며 부대통제소에 휴대전화를 맡기고는 향로봉 정상을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주변엔 산 이름에 걸맞게 향로와 제단이 단정하게 설치되어 있어 준비해 간 점심과 야생화를 놓고 아내와 함께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나라의 안녕과 가족 건강을 기원했다.
바람 없는 화창한 가을 날씨로 북한지역 군초소와 금강산·화천 백암산·양구 펀치볼·동해·화진포·간성평야·설악산·속초시 등 사방이 선명하며 가까운 거리의 건봉령(911ⅿ)도 눈에 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니 쌓였던 피로가 풀리며 ‘그리운 금강산’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휴대폰 반납으로 주최 측에서는 역대 부대장 표석을 배경으로 개인별 기념사진을 찍어 보내준다고 한다. 휴대폰이 없어 불편하였으나 초임시절 통신보안 ‘유선전화 침묵’ 시간이 회상되었고 24시간 카톡으로부터 해방된 힐링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6·25전쟁 때 ‘향로봉전투’에서 승리한 지휘관이 돌에 새긴 ‘향로봉’이란 멋진 시(時)를 배경으로 삼았다. ‘아! 향로봉 남강은/ 옛 산 옛 물이로되/ 눈보라 몰아치던/ 처참한 싸움터에/ 쓰러진 전우들의 모습은/ 간 곳이 없도다.’ 향로봉을 탈환하지 못했다면 속초와 홍천지역까지 지금 김정은의 밑에서 신음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성은 수복지역으로 155마일 전선의 최북단 ‘호국의 성지’이다. 8·15 해방과 동시에 38선이 그어진 주문진 이북지역 주민들은 5년 동안이나 김일성 정권의 억압 통치 아래 있었다. UN군·국군·경찰·HID요원·노무자의 피와 땀, 목숨을 바쳐 이룬 승리로 오늘날 번영된 자유대한의 품에서 마음껏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6·25 남침 전 경기도 개성은 38선 이남이었으나 북한에 빼앗겨 자유를 잃었고 고성지역은 승리해 위도 상 황해북도 사리원시와 같은 위치에 있다. 동해안은 38선으로부터 약 90㎞ 이상 북진해 해방시킨 곳으로 남한 지도가 기형적으로 그어진 배경이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의 군사 및 무역 분쟁, 북한의 무모한 핵사용 법제화와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충돌이 걱정된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확장 억제 강화와 행동하는 군사동맹을 역설하였다. 내년은 ‘제70주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해’로 경제·과학동맹 관계까지 확대해 번영을 지속시켜야겠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우뚝 선 우리가 극심한 내부 분열과 갈등,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 이제는 힘을 합쳐서 총체적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겠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을 되새겨 본다.
대망의 2023년은 강원특별자치도 시행의 원년으로 2~3중으로 묶인 규제혁신과 이순신 장군의 ‘애민 리더십’이 요구된다. 내년 5월부터 34일간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고성에서 열리는데 산림·평화·관광·치유가 행사의 목적이다. 어린 시절 땔감을 구하기 위해 헐벗은 민둥산을 헤맸고 박정희 정부의 산림녹화사업을 위해 학교숙제로 씨앗을 채취했던 세대로서 산림선진국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강원도의 땅 82%가 산림이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최접경 수복지역 주민의 민생을 특별히 보살피는 배려정책으로 민·관·군이 상생해야겠다. 이에 향로봉과 건봉령은 역사·문화·산림·생태·지리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대한민국의 보물창고’인데 묻혀있다. 얼마 전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님의 각별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 더하여 내년 강원특별자치도 원년 기념과 강원세계산림엑스포를 연계한 ‘향로봉~건봉령(건봉사) 호국·평화성지순례대회’를 건의드린다. 끝으로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도움주신 관계기관, 언론사, 진행·안내봉사자 분들과 최전방 험준한 동부산악전선을 굳건히 지키면서 민통선 출입허가와 ‘휴대폰 침묵’의 시간을 주신 을지부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신준수
전 합동참모본부 행정관리과장(예비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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