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과 고성어로요보존회가 준비한 판타지 음악극 <산으로 간 명태>가 지난 11월 6일 초연을 선보였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27호 ‘고성어로요’를 모티브로 제작한 이 작품은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문화유산에 선정되어 기대를 받아왔다. 또한, 고성어로요라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음악극으로 새롭게 해석한 기획, 명태를 비롯한 소품을 인형으로 제작하고 음악극에 걸맞은 창작곡을 사용한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초연작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지역에서 처음 만나는 창작극인데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명태와 지역성을 무리 없이 연결하는 연출의 힘이 좋았다.
안정된 창작곡·연기력 조화 돋보여
이 작품에 대한 높은 평가는 안정된 창작곡과 연기력의 조화 때문이다. 프롤로그에 쓰인 합창곡 ‘바다’부터 갈매기, 고래 테마, 명태 솔로곡 ‘난 산으로 갈거야’, ‘다리가 생겼어’ 등 창작곡 모두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었다. 뮤지컬 형식의 음악극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성공적이었다.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는 주인공 명태역의 고은희 배우는 안정된 가창력으로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고성에 거주하는 김지연, 손석배, 김청익, 박미서 배우는 1인 다역의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장면 전환을 위한 영상과 무대의 조화도 좋았다. 명태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와 분단의 현실, 화진포 전설이 등장하지만 영상을 활용한 무대전환은 자연스러웠다. 연출가 임오섭은 고성어로요라는 무형문화재와 지역의 이야기, 명태가 품은 가치를 뮤지컬과 인형극으로 탁월하게 재해석했다.
막이 열리면 바닷속 풍경이 동화적인 감성의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이윽고 어부들이 명태잡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주인공 명태는 친구들을 잃은 채 갈매기에 뒤쫓긴다. 갈매기에게 낚이려는 순간 건망증이 심한 고래가 나타나 명태를 구해준다. 하지만 온갖 쓰레기로 병든 바다는 명태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고래는 명태에게 화진포 맑은 호수로 떠나라고 권한다. 명태가 화진포에 들어가자 다리가 생기게 되고 응봉으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명태는 그 여행에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남북 분단의 현실과 순간의 욕심 때문에 화진포에 잠겨버린 전설 속 인물을 만난다. 명태는 용서와 화해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응봉 정상에 서게 된다. 하지만 명태는 바다에서 살아야 되는 존재.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인간 세상은 환경위기에 노출된 위험한 공간이다. 명태는 어디도 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명태의 마지막 솔로곡 ‘나는 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는 명태의 여정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바다로 상징되는 맑고 푸른 공간, 평화로운 고성은 다시 명태를 품을 수 있는 곳인지 묻는 것이다. 배우 고은희의 절창은 그 질문의 무게를 객석에게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결국 명태는 하늘의 별이 된다. 등장인물 모두 무대로 나와 명태를 바다로 보내게 된다. 그것은 슬픔을 딛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설 공연에 걸맞은 마케팅 필요
<산으로 간 명태>는 고성의 전통문화와 다양한 예술양식을 결합하고 현대적인 색채를 곁들인 작품이다. 앞으로 수정과 보완 과정을 거친다면 고성을 대표하는 상설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점도 노출되었다. 지속적인 공연발전을 위한 마케팅과 제작 시스템이다. 고성어로요의 상징을 살리면서도 스텝과 배우의 전문성이 빛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설공연을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뮤지컬 ‘홍도’나 안동의 ‘부용지애’같은 작품은 상설공연을 통해 일자리와 관광상품 두 가지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리플릿, 포토존 등의 공연 마케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연 리플릿은 작품의 이해를 돕는 작은 설명서이다. 이 작품처럼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리플릿은 훌륭한 관광 안내서도 될 수 있다. 작품 감상의 순간도 중요하지만 작품 이후의 여운을 고성과 연결할 수 있도록 리플릿에 더 많은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내년에는 이 작품을 지역의 청소년들이 감상하게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전문화된 기획력이 필요하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판타지 음악극 <산으로 간 명태> 배우.
<산으로 간 명태>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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