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대규모 군집 상태를 자주 경험하지만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별로 없어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이 압사 사고 등의 위험 상황의 발생 가능성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사고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속초시는 만원 대중교통부터 각종 행사나 축제까지, 안전을 위협하는 ‘과밀 문화 및 사회’를 돌아보고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관광지인 우리 속초시도 수만 명 이상의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설악문화제, 해맞이 행사 등이 있지만 행사로 인해 발생되는 인파 문제에선 주로 교통혼잡과 쓰레기 처리 문제에 관한 대책은 논의해왔어도 갑작스러운 인파로 인한 압사 사고 등에 관해서는 사실상 고려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속초시는 4년 만에 설악문화제를 개최했고 해당 축제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일상회복과 맞물리면서 12만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좁은 공간에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간 밀치고 고함을 지르는 등의 무질서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를 접하면서 설악문화제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압사 사고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에 새삼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속초시가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노력에는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축제 및 행사의 안전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조례를 제정하거나 대책 매뉴얼을 마련하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필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처럼‘주최 측이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에 대해서 속초시는 관련 조례에 어떻게 명시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확인 결과 속초시에는 옥외 행사에 관한 별도의 조례 자체가 없었고, 안전관리 조례에는 행사에 관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추가적인 대책과 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산업안전사고, 아울렛 지하 주차장 화재, 항공기 불시착 등 각종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관성적인 대응이나 형식적인 점검으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음을 뼈아프게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사고를 수습하는 것 못지않게 속초시도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비단 압사 외에도 추락, 너울성 파도, 다량의 폭죽 등을 이용하는 행사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화재, 폭발 등의 사고에 대해서도 심각한 경각심을 가지고 그에 관련된 조례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가 이태원 참사에서 또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신속한 응급처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태원 사고에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심정지의 경우 골든타임이 4~6분인데 소수의 전문 인력이 다수 환자의 골든타임에 대응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유사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직장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습장비 및 실습 기회 부족 등의 이유로 대부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실제로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실시할 수 있는 사람은 12.9%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 자격증 소지자는 제발 도와달라고 애절하게 요청해도,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조차 실질적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이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속초시는 지금부터라도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처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속초시가 안전관리에 관성적인 대응이나 형식적인 점검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으로, 주요 장소의 실시간 인구 밀집도와 도로 소통, 대중교통 등의 정보를 제공해주는‘속초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해서 안전관리 부분에까지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속초시는 이번 이태원 사고를 교훈 삼아 관광객 늘리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다시 찾고 싶은 관광도시 속초를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염하나
속초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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