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영랑호(永郎湖)에 영랑호(永朗湖) 각자바위가 있다. 영랑교에서 카누경기장 방면 모퉁이 카페와 호안도로 사이에 있다. 각자바위는 2016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속초시는 “우암 송시열 글씨로 추정, 영랑호 각자 발견”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에서 각자바위 발견신고를 받고 문화재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속초시의 보도 자료를 요약하면 “바위 동쪽 면에 ‘영랑호(永朗湖)’ 3자가 새겨져 있으며, 글자 크기는 각각 가로·세로 1자 이상, 세로 1m가 넘고, 김유(金楺, 1653~1719)의 『검재집(儉齋集)』에 巖上刻永朗湖三字,云是尤菴先生筆而易郞以朗, 이해조(李海朝, 1660∼1711)의 『명암집(鳴巖集)』에 湖邊石上,刻永郞湖三字,尤翁筆也라 나오니 영랑호 세 글자는 우암의 글씨이며, 사내 랑(郞)자가 밝을 랑(朗)자로 바꿔 썼다고 김유가 지적한 것이다. 송시열은 1675년 1월에 함경도 덕원(원산, 문천)으로 유배 갔다가, 1675년 6월 경상도 장기(長鬐,포항)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속초 지역을 지나갔다는 내물치 마을의 설화가 있어 송시열이 유배과정에서 영랑호를 지나갔으며, 호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글자를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송시열 선생은 공자(孔子), 맹자(孟子)와 같은 ‘송자(宋子)’ 자호를 붙인 『송자대전(宋子大全)』을 남긴 인물인데 설마 ‘영랑호(永郎湖)’라는 한자를 몰랐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서, 김유의 문집 『검재집(儉齋集)의 유풍악기(遊楓嶽記)』 중에서 뒷부분 易郞以朗。豈有其意歟에서 ‘랑(郞)’이 ‘랑(朗)’으로 바뀌어 있다 어찌 이런 뜻(意)이 있겠는가? 라는 반어적 표현은 영랑호(永朗湖)를 ‘영원히 밝은 호수’로 자신에게 불어 닥친 핍박(무고)이 억울하지만, 그래도 왕에 대한 희망적 의도에서 실수(失手)가 아닌 뜻(意)!이 우암의 심경인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김광섭 향토사학자는 『미재집(眉齋集)』을 근거로 우암이 영랑호를 지나가다 글씨를 쓴 것이 아니고 간성(삼포)유생 어제창(魚濟昌)이 1687년(숙종13)에 우암의 친필을 받아 새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재집의 내용은 이러하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80노령에 휴가를 얻어 금강산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금강산 발연사에 가서 영접하여 (중략) 저녁에 돌아와서 내가 청하기를 청간정(淸澗亭)은 우리고을에 있고 관동팔경에 하나인데 아직까지 현판이 없는 것이 유감이요 선유담(仙遊潭) 영랑호(永郞湖)는 다 경치 좋은 승지이니 모두 다 써주시면 간판하여 부치고 오래오래 전하겠다하니 선생이 모두 써주시고 아모개가 썼다 낙관까지 하여주시니 이것이 또 평생에 좋은 일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우암의 잘못된 글씨를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에 얽힌 다양한 사연이 흥미를 더한다. 대부분 고지도는 바르지만 ‘여지도’, ‘광여도’, ‘조선고분지도’에는 영랑호(永朗湖), ‘여지도서’에는 영랑호(永浪湖)로 잘못 표기되어있다. 그렇더라도 신라사선랑 영랑(永郎), 술랑(述郎), 남랑(南郎), 안상(安詳)의 영랑호(永郎湖)가 확고한 정설이다.
그런데 영랑호 우암글씨를 찾아가면 실망한다. 표지판도 없고 각자바위 밑에 퇴색한 벤치, 널브러진 농기구, 차광막 울타리, 바위를 가리는 소나무도 정리해야 한다. 2016년 발견 당시 “지역문화로 스토리텔링 방안을 모색, 영랑호 각자바위 주변을 정비해 지역의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했던 속초시 보도 자료와 사뭇 다르다. 이제라도 2022 예비문화도시 속초의 위상에 맞는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9월 15일 간성 청간정 뒤뜰에서 몇몇이 영랑호 각자바위에 관해 토론 중에 마침 간성향교 성균관유도회 한선제 회장이 어렵게 구한 『미재집』을 들고 나타났다. 이런 우연이 어디 있나! 이제 필자가 할 일은 삼포 함종어씨(咸從魚氏) 후손들에게 재발간을 권면하고, 지역민들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것이 지역의 재발견이 아닌가?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