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에 있었던 홍정기 작곡발표회를 잘 보았습니다. 이날의 공연은 일반적인 연주회와는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팜플릿에는 곡의 제목마다 연주자가 따로 표시되지 않고 진행자가 연주자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진행자도 곡 해설만 하기보다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을 가야금과 바이올린과 건반이 연주했는데, 이 셋이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 것도 일반적인 연주와의 차별성을 가졌습니다. 작곡자가 몇 년 동안 갯마당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퓨전음악작업을 해 오다 보니,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호흡이 너무 잘 맞고 자연스러운 앙상블이 나온 것 같습니다. 세번째 곡에서는 거기에다 실용음악 악기인 카혼도 자연스럽게 합류했습니다.
작곡자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지만, 클래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용음악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지금은 국악팀인 갯마당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 등, 음악의 모든 장르를 섭렵해 왔습니다. 그래서 작품들도 너무 자연스럽게 혼합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어쩌면 최근 몇 년 동안 속초에서 가장 많은 음악공연 무대에 오른 분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작곡자는 각각의 악기들의 특색을 잘 살려서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설악산이란 곡에서는 가야금의 농현과 바이올린의 포르타멘토 등, 악기 특유의 연주기법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악기들이 점층적으로 고조되며 설악의 단풍 풍경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표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작품들마다 제목에 걸맞게 그림이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곡가인가 화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날의 발표회에는 작곡자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발표회를 축하해 주었고, 모든 곡에서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곡은 모든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와서, 연주자들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남은 연주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날 연주에서 모든 곡의 건반을 작곡자가 직접 연주하였는데, 그동안은 여러 무대에서 조연으로 수고했다면, 이날은 주연 피아니스트가 되어 자신의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속초시 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분, 음악인생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분, 훗날 한국음악협회 속초지부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혹시 속초예총 회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속적인 음악활동을 통해 앞으로도 영북지역의 문화예술에 많은 기여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창균
속초가좋아 서울에서온 치과의원 원장·음악석사
지난 10월 22일 작곡 발표회를 연 홍정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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