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 임동윤
썩어야 맛을 내는 작디작은 고기/ 속이 작아 창자 하나 버릴 것 없는,
통째로 삭힌 젓갈로 점심을 들다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우리 가슴은 바다만 할까, 우주만 할까?//
어쩌면 저 고기보다/ 속이 더 좁을지 몰라 // 그날 나는,//
차마 젓갈에 손이 가지 못했다//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전어와 비슷하지만 옆으로 납작하며 몸길이는 15㎝ 정도이다. 몸빛은 등 쪽이 푸른 흑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안에서 주로 잡힌다. 회와 구이로 많이 먹지만, 바다에서 건져 올린 후 12시간이 지나면 흰색의 살이 붉은색으로 변해 생물로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젓갈로 담가 먹는다.
흔히 하는 말로 속이 좁고 마음 씀씀이가 얕은 사람을 두고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비유를 즐겨 쓴다. 밴댕이라는 생선이 속 좁은 ‘좀생이’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자리 잡은 건 밴댕이의 속, 즉 내장 자체가 몸집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낚시나 그물에 걸려 물 밖으로 나오면 제 성질에 못 이겨 팔딱대다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에 직면했을 때, 일의 진행상황이나 사람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성질을 부리고, 고집을 피우는 이를 만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단어이다. 자신은 어떤지 모르면서 다른 이에게 ‘밴댕이’라고 구시렁대다가 임동윤 시인의 시에서 만난 ‘어쩌면 저 고기보다 / 속이 더 좁을지 몰라’라는 구절에서 스스로 반성문을 쓰게 된다. 다른 이의 생각, 처지, 가치관을 필자가 가진 마음 그릇이 너무 작아 담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밴댕이’라고 구시렁대는 필자 또한 ‘밴댕이 소갈딱지’는 아닐런지?
밴댕이 / 김관식
작은 일에도 / 펄쩍펄쩍//
속 좁다/ 말하지만//
바르게 살아왔다/ 뱃속까지/ 투명하게 살아왔다//
같은 밴댕이를 바라보는 두 시인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임동윤 시인은 속 좁은 밴댕이의 본질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밴댕이 소갈딱지’에 대해 자아성찰을 한다. 반면 김관식 시인은 속 좁은 창자와 팔딱대는 성질을 가졌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뱃속까지/ 투명하게 살아왔다’라고 밴댕이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 보인다.
위의 시 두 편을 읽으면서 필자는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어휘를가끔 생각해 보기를 기대한다. 특히 나와 의견을 달리하거나, 가는 길이 다른 이를 만났을 때,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의도하는 바를 반대하고 고집할 때, 그를 ‘에라 이 밴댕이 소갈딱지야!’라고 구시렁댈 때, 혹여 상대방 또한 속으로 당신을 쳐다보며 똑같이 ‘어휴, 저 밴댕이!’라고 구시렁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더 바란다면 국가든, 지역이든 소위 권력을 가진 이들이 차라리 ‘뱃속까지/ 투명하게 살아왔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