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경쟁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준석은 당시 야당 대표로서 당 대변인을 토론 배틀로 선발했다. 공직후보자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공천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젊은 보수 이준석이 주장하는 성과주의적 공정경쟁의 화살에 수많은 국민들이 강력히 반응하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평등적 공정보다는 정당한 노력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중시하는 비례적 공정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샌델의 공정은 공허하다. '흙수저'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불평등에 익숙해진 청년세대들은 타고난 실력, 행운과 우연 등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공정한 과정’이다. 조국 사태와 LH 사태 등 과정의 불공정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반작용으로 과정의 공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이준석의 공정은 “과정이라도 공정했으면 좋겠다”는 청년 세대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불공정과 편법으로 얼룩진 과정이 아닌 경쟁을 통해 능력으로 평가하는 과정 말이다. 공정이라는 가치도 시대정신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저학력이 벼슬인 세상.” 더불어민주당 박 ○ ○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최근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댓글이다. 박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지방 ○○대를 나왔는데 이를 두고 주변에서 ’○○대 나온 애가 무슨 말을 하냐‘는 식의 말을 많이 한다”며 “능력 평가 기준이 오로지 학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누라이프 내에 박 위원장 관련 게시물 대다수는 박 위원장의 학벌을 폄훼하는 적나라한 혐오 발언이 많았다. 박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식 능력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언급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개채용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반발을 가져왔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공정 담론의 밑바닥에는 능력주의가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마이클 샌델은 “요즘 우리는 성공을 청교도들이 구원을 바라보던 방식과 비슷하게 본다. 행운이나 은총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분투로 얻은 성과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 윤리의 핵심이다. 자유(힘써 일함으로써 내 스스로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와 당당한 자격을 한껏 강조한다. 내가 많은 세속적 재화(소득과 재산, 권력과 명예)를 손에 넣는데 스스로 책임이 있다면, 그러한 ‘취득의 자격’이 있을 것이다. 성공의 미덕의 증표다. 나의 부유함은 나의 몫이다.”, “대학 학력의 무기화, 그것은 능력주의가 얼마나 폭정을 자행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계화 시대는 노동계급에 큰 폭의 불평등 확대를, 또한 임금의 정체를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결국 “능력주의 윤리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은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 “능력주의자들은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일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부지불식간에 학력주의를 조장한다.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에게 고약한 편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능력주의는 보기에는 공정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다. 심지어 그들 사이에서조차 서열과 파벌을 만들어 경쟁하며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의 능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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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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