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면서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습니다.”
서양화가로 평생 교단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이세정 작가가 가죽공예로 인생 2막을 올리며 생활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화제다.
지난 8월 상평초등학교를 끝으로 교단에서 정년 퇴임한 이 작가는 자신의 전공인 서양화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주민들이 자유롭게 배우고 익혀 사용할 수 있는 예술 분야로 가죽공예를 선택하고 3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제2의 고향인 양양이 글로벌 플랫폼 구축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예술 분야도 고급지면서도 실생활에 어울릴 수 있도록 양양읍 서문1리 경로당 2층에 피렌체라는 화실 겸 가죽공예 방을 꾸미고 다시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문을 여는 이곳은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재료비를 포함해 15만원의 실비만 받고 지역에서는 드문 가죽공예의 저변 확대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 작가의 가죽공예반을 졸업한 수강생들만 3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오랜 서양화가 활동과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순수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실력에 창의적인 가죽공예가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면서 맞춤형 예술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을 친절하게 가르쳐온 품성과 꼼꼼함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가죽공예에서 빛을 발하며 수강생들의 실력도 몰라보게 높아지고 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단면이라면 가죽공예는 입체적이고 실생활과 잘 접목되는 것 같아 저 또한 가르치면서 배우고 있을 정도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창한 예술보다는 생활 예술에 더 가깝지만 주민들과 즐겁게 소통하면서 생활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분야여서 애착이 더 갑니다.”
매일 이곳에서 여느 가죽 장인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가죽을 만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세정 작가는 가죽의 질감이 살아 있고 생물처럼 자신의 원하는 작품이나 생활 도구를 만들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무얼 만들지 가죽 작품을 구상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칼로 자르고 바느질까지 하는 과정 모두가 자식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느껴져 더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년 365일이 포근한 오후
지난 2001년 양양에 정착한 이 작가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양사람’이 다 됐다.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잠시 영광신문 편집장도 맡을 정도로 사회성이 높았던 그는 교편을 잡은 후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순수성과 환경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에 헌신해 왔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 할 때 시너지는 더 커진다는 평소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2008년 한국미술협회 양양군지부 창립전에 참여한 후 제46회 강원도 미술협회 회원전과 제1회 설악권 향토작가 초대전, 사다리전, 강원도 교원미전에 추천작가로 참여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강원도 교원미전 은상과 동상, 강원도 교육감 표창 등 다수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양화구상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세정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화려한 이력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그 자체가 설레고 삶의 의미가 크다고 피력했다.
“과거도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내 모습이 정말 희망차야 하고 저는 그래서 가죽공예를 선택해 열심히 배우면서 기술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뛰어난 재주를 혼자만 갖고 있어야 값어치가 높았지만, 지금은 함께 공유하고 협업할 때 그 시너지와 가치가 더욱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워낙 미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창의성이 높은 덕분에 가죽공예를 단숨에 섭렵한 이세정 작가는 양양군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가죽공예 강사로 활동하기도 해 큰 호응을 받았고, 중·고등학생을 대상 진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자신이 도전하는 제2의 삶을 통해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몸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까지 양양군이 서핑을 비롯해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그는 서문1리 도시재생사업과 콜라보로 연계할 수 있는 협업사업 진행을 구상하고 있다.
마을 노인들이 잠시 들러 얘기하던 양양읍 서문1리 경로당은 사람 좋고 정겨움이 묻어나는 이세정 작가가 화실 겸 공방을 차려 온기를 불어넣으면서 1년 365일이 볕이 좋아 햇살이 포근한 오후와 같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세정 작가가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다.
틈틈이 작업하는 서양화는 그에게 가죽공예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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