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속초엑스포광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속초간 동서고속철도’ 착공식이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속초시민의 얼굴에는 “이제 비로소 속초에도 고속철도(KTX) 시대가 열렸다”는 벅찬 감격의 모습을 엿볼수 있었다. 철도의 불씨를 살리는 처음 시작단계부터 오늘의 착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추진주역으로 참여하고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착공행사 내내 성경의 말씀대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진리를 실감하면서 역경의 고비마다 어려움을 극복하였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국관광의 1번지인 속초에 철도가 없다.” 이는 얼마나 정부가 속초시와 설악권 발전에 무관심하고 홀대하는 처사인가? 더욱이 동서고속철도사업은 노태우 대통령을 시작으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단골 공약사항으로 채택되었지만 30년째 경제성문제, 국가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오랜기간 미루어지고 답보상태에 빠져있었다. 속초시민들은 철도에 한(恨)이 맺혀 있었다.
나는 “속초시장이 하나의 불씨가 되어 철도착공의 불을 지펴 나가겠다”라는 결연한 마음을 먹고 국회를 비롯하여 청와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개발원 등 철도관련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을 내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하였다.
2007년 “범속초시민 유치위원회” 구성
동서고속철도 건설의 첫 시동은 2007년 7월 속초시에서 정부를 상대로 “인천~속초 한국형 초고속철도 개설촉구 건의”에서 시작되었다. 2007년 11월에는 속초시 120개 사회단체가 총망라된 “범속초시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범시민 서명운동을 추진하면서 다각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하였다.
먼저, 동서고속철도와 같은 국가주요정책사업을 결정하는데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제일 중요하였다.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주도면밀하게 시도되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2010년 12월 경춘천 복선전철 개통식이 춘천에서 열리고 이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도록 되어 있었다. 청와대비서관실을 통해 동서고속철도에 대한 강원도민의 열망의 여론을 전달하여 대통령의 의지를 행사시 공식적으로 천명토록하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동서고속철도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 강원도민들은 믿어도 좋다”라는 공식 천명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동서고속철도사업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상 당초 하반기사업에서 상반기사업으로 변경되고, 예비타당성 조사지침도 변경하여 조기착공기반을 마련하였다.
2012년 12월에는 18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대통령선거 주요공약사항으로 반영하기 위하여 최돈일 속초시번영회장과 협의하여 속초관내는 물론 철도노선이 통과되는 시군도로변에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내거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속초시내만 하더라도 1000여장의 현수막이 주요도로변에 빽빽하게 걸릴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후보자가 선거기간 중 속초관광수산시장 앞에서 유세할 때 빽빽하게 걸린 현수막을 보고 “춘천~속초간 철도 조기착공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로써 동서고속철도 사업은 강원도 8대공약 중 제1공약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후 강원도 첫방문시 “동서고속철도 사업은 공약대로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반드시 공약이행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것은 나중 대통령께서 동서고속철도 정부의 사업계획을 확정발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국가주요정책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부예산에 철도사업예산 확보가 또한 중요하다. 철도예산 확보를 위하여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 뿐만아니라 여당·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철도건설의 당위성과 논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결과 2011년 12월 당초 정부예산안에 빠져있던 철도기본계획 용역비 50억원이 최종 국회계수조정 과정에서 정부예산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용역비예산을 수시배정예산으로 지정하여 예산사용을 제한하였다. 용역비 연내집행을 촉구하는 시장·군수 공동성명 발표와 규탄대회 등 다양한 초강경 대응책을 추진했지만 결국 예산집행이 되지 못하고 불용처리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실천의지 발표 이후 예비타당성조사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과 함께 2014년 정부예산으로 철도사업 재조사명목으로 50억원을 반영해 주었다. 동서고속철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정부 스스로가 정부예산으로 책정해준 것이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었다.
성난 민심이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어
국가최고지도자의 철석같은 약속에도 블구하고 정부의 발표가 계속 미루어지고 점차 무산가능성이 커져갈 때 강원도민과 속초시민의 결연한 투쟁활동이 철도사업을 최종 확정발표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2015년 7월 윤광훈 속초시번영회장이 “동서고속철도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철도조기착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였다.
후임 이병선 속초시장도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속초시민을 비롯한 강원도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머리띠를 두르고 손에는 피켓을 들고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원정집회를 6차례에 걸쳐 개최하였다. 여성들도 삭발투쟁에 앞장섰고 80세 넘은 어르신들도 폭염과 혹한에도 불구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의 독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였다. 강원도민의 철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정부에 전달되어 정부의 정책방향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2016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동서고속철도사업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였고, 연이어 정부는 7월11일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타당성이 있어 사업추진계획을 확정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것도 민자사업이 아닌 국가재정사업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성난 민심이 결국 정부를 움직이게 만든 속초역사에 영원히 기록되어야 할 기념비적인 날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듯 동서고속철도는 속초시민과 강원도민이 함께 눈물과 땀방울을 흘리며 쟁취한 투쟁의 산물인 것이다. 시민과 도민이 함께 힘을 모아주지 않았다면 과연 설악권 발전의 완성을 의미하는 커다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아마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위대한 시민과 도민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7월 철도추진계획이 확정된 이후 기본 및 실시설계과정에서도 미시령 하부통과문제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발목이 잡혀 장기간 표류되는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오늘날 뜻깊은 착공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착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성공적인 개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동서고속철도가 완공되면 기존 경춘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연결되어 시속 250㎞급 고속열차가 달리게 된다.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1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속초까지 1시간50분 단시간내에 설악권에 접근하게 된다. 설악권의 관광과 물류, 지역산업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설악권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트랜드로 자리잡고있는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과 고품격 휴양의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어렵게 성취한 동서고속철도사업이 2027년 당초목표대로 정상 개통이 되고 철도개설의 경제유발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현안과제도 적지 않다. 매년 5,000여억원의 사업예산을 원활히 확보하는데 최우선의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속초통합역사 설치에 따른 도심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로운 대책 마련, 역세권 개발과 도심권·관광지와의 연결 교통망 확보 등에 속초시민의 단합된 노력과 역량을 계속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채용생
전 속초시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