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 영랑호에 뚝적바위가 있다. 그 옆에 높다란 ‘통천군순국동지충혼탑(通川郡殉國同志忠魂碑)’이 있다. 길가에서 다가서면 어린이들이 놀이 삼아 오르내리기 적당한 작은 바위가 있는데 한쪽 귀퉁이가 깨져버린 구유 모양의 사각 돌이 위에 올라앉아있다. 수십 년 그랬듯이 산책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며 오늘도 무심코 지나치고 있다.
비석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았다. 원래는 갓비석이었다. 비석의 몸체부분인 비신(碑身)과 갓모양의 개석(蓋石)은 없어지고 대석(臺石)인 기초석만 남아있는 것이다. 바로 육군 장교군번 1번으로 6.25당시 1군단장을 지낸 ‘이형근 장군 덕정비(李亨根 將軍 德政碑)’다. 조양동 ‘제1군단 전적지’에 명시된 그의 1군단장 재임기간은 1952.2.2.-1954.2.2.이다.
그러면 이형근장군은 누구인가? 2013년 ‘강원도사 9광복과 분단’ 133면에 “남조선 국방경비대의 창설, 미군정 당국은 뱀부계획에 따라 1946년 1월 11일 국방사령부 내에 조선경찰예비대(Korean Constabulary Reserve) 창설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이응준 국방사령부장 고문과 그의 보좌관이며 통역관인 이형근의 조언을 받아 경비대 창설을 추진하였다.” 이어 149면에 “육군의 창설,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조선경비대는 1948년 9월 1일 대한민국 국군에 편입됨과 동시에 9월 5일 대한민국 육군으로 개칭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육군 창설의 최대 기여자가 이형근 장군이다. 1949년 5월 12일에 마침내 국군조직법에 의거해서 육군 제1·2·3·5·6 수도여단이 각각 사단으로 승격·개편되었다. 1949년 6월 20일에는 강릉에서 제8사단이 창설되었고, 초대 지휘관에 이형근 준장이 임명되었다. 이로써 육군 편제를 완성하였다. 6.25전쟁 바로 1년 전의 일이다.
1982년 속초시 발간 ‘설악의 뿌리’ 44면에는 “이형근(李亨根) 장군 덕정비(德政碑) 속초시 장사동 산313-1번지 뚝적바위 옆에 있는데 비기단(碑基壇) 높이 23㎝, 둘레 196㎝이며 비신높이 121㎝, 둘레 97㎝이다. 본래 이 지역이 38도선 이북으로 공산치하에 있다가 1951년 육군 제1군단장 이형근 장군이 수복하고 군정(軍政)을 실시하여 이 지방 재건에 큰 공로가 있었으므로 8만 주민들이 크게 감격하여 1952년 8월 15일에 제1군단 전투지구 민중대표 박종승(朴鍾勝) 외 13명의 발기로 비를 세워서 길이 기념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외 1988년 속초문화 제4호 20면, 1990년 속초문화 제6호 31면, 1990년 향토사료 4집 속초의 지명 33면, 1991년 속초시지 551면과 1250면에 기록이 있고, 2000년 ‘속초시거주 피난민 정착사’ 493면에 “1952.5.1. 보훈미망인회 속초지회 창립, 주민들이 수복에 감사하여 이형근 군단장과 다이나 수석고문관에게 감사장 증정”, 1954년 ‘수복연감’ 92면에 “1952년 8월 17일 이형근 중장 덕정비 건립 제막식(영랑호반에 백여명 참석)” 기록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훼손되고 흔적만 남아있다. 언제 누가 훼손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속초 수복과 재건에 감격해서 시민들이 세운 덕정비를 다시 복원해야한다. 필자의 제안으로 지난달 28일 ‘이형근 장군 덕정비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속초역사의 산증인 이춘복 설악신문 이사를 위원장에 추대하고, 박윤재 속초경찰서경우회장, 이근철 재향군인회장, 이상집 전 속초양양교육장, 이대길 전 속초신협이사장, 배성운 노학동바르게살기위원장, 엄두일 전 해양환경운동지회장, 한장이 재향군인회 감사가 마음을 모았다. 필자는 시의회와 소통을 맡았다.
이어 8일 속초시의회를 방문하여 김명길 의장에게 ‘이형근 장군 덕정비 복원’ 제안서를 직접 제출했다. 하루속히 덕정비를 복원하되 본래 시민들이 세웠으니 복원도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복원 후에는 국가보훈처 현충시설 등록 전까지 공공조형물로 지정하여 관리토록 강조했다. 그동안 덕정비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자유대한민국 수복의 땅 속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다. 덕정비 복원은 38이북 수복의 땅에서 자유를 누리며 사는 속초시민의 기본 도리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이형근 장군 덕정비(왼쪽). 필자가 기초석만 남아있는 덕정비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