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불법 구금을 당하고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창동호 선원 1명이 5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8월 31일 오전 10시 40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김찬년 판사는 창동호 선원 고 장광남씨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사기관이 직권을 남용해 피고인을 체포, 불법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했기에 증거와 진술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이미 다른 선원들도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났으며, 검사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무죄 구형을 했다”며, “공소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후 김 판사는 고 장광남씨 동생 장해웅(68세)씨에게 “하실 말씀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씨는 “돌아가신 형님께 미안할 따름이다. 살아계셨다면 엄청 기뻐하셨을 것이다. 형님이 오랫동안 아팠다. 돌아가실 때까지 정신과 약을 계속 먹었다.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다 돌아가신 게 마음이 아프다. 무죄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가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판사는 “당연한 걸 바로잡았을 뿐이다.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무죄선고가 나자 방청석에 있던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피해자와 가족들은 재심 무죄판결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들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김춘삼 대표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의 부끄러움이지, 결코 개인의 부끄러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무죄선고는 과거 납북귀환어부를 구속하고 처벌했던 검찰이 먼저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지난 3월 8일 진실규명 시민모임이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을 방문해 장씨의 직권재심을 요청한 후, 보름만인 3월 23일 속초지검이 검찰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지난 5월 24일 속초지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고 장광남씨는 2015년 다른 선원 가족들이 재심을 신청할 때 유일한 생존자였음에도 과거 사건으로 인한 피해의식 트라우마로 인해 재심에 참여하지 못하고 2016년에 사망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지난 8월 17일 열린 재심 공판에서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조영민 검사는 “피고인의 불법 구금이 인정되어 피고인의 진술이 법정에서 인정될 수 없으며, 다른 선원들이 법원에서 이미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확정받았다”며, “동일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해 달라”라고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구형하고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향후 이어질 납북귀환어부 재심에도 큰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지난 2월 진실화해위원회는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982명에 대해 직권조사 진실규명 조사를 개시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 사건 중 일부는 올해 안으로 진실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창동호 선원 6명 중 5명은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아직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1명이 남아 있다. 1971년 5월 멸치잡이에 나섰던 속초 창동호에는 모두 7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는데, 납북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고, 6명 중 4명은 지난 2020년 7월에, 1명은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배를 탔던 양○○씨의 경우, 피해 당사자나 가족을 찾지 못해 재심을 신청하지 못했다. 이 건과 관련해 고 장광남씨 재심 변론을 맡은 민변 소속 최정규 변호사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검찰의 직권재심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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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속초지원에서 열린 창동호 고 장광남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 시민들이 무죄선고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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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호 납북귀환어부사건 재심 진행 일지
- 1971년 5월 13일 창동호 멸치어로작업 출어, 5월 14일 북한 경비정에 납치
- 1972년 5월 10일 속초항 귀환
- 1972년 8월 17일 창동호 선장 김봉호 등 6명. 반공법 국가보안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김봉호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다른 선원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 선고
- 1972년 12월 14일 선장 김봉호 항소 기각으로 실형 확정
- 2008년 3월 19일 창동호 선원 가족 김창권씨 등 피해사실 공개적으로 호소
- 2015년 3월 2일 4명 선장 고 김봉호 등 4명의 선원 유가족 재심 청구
- 2015년 11월 5일 속초지원 재심청구 기각
- 2016년 6월 15일 강릉지원 재심청구 기각에 대한 즉시항고 기각
- 2019년 5월 14일 대법원 즉시항고 기각결정에 대한 파기 및 환송 결정
- 2019년 9월 20일 강릉지원 재심청구 기각결정의 취소 및 환송 결정
- 2019년 11월 8일 속초지원 재심개시 결정
- 2020년 7월 15일 속초지원 재심 무죄판결
- 2021년 11월 11일 창동호 선원 4명 유족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
- 2022년 3월 8일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속초지청 방문, 고 장광남씨 검찰 직권 재심청구 요청
- 2022년 3월 23일 검찰청 속초지청 창동호 선원 고 장광남씨 사건 검사 직권으로 재심 청구
- 2022년 5월 24일 속초지원 재심 개시 결정
- 2022년 8월 17일 속초지원 재심 공판
- 2022년 8월 31일 속초지원 고 장광남씨 재심에서 무죄 판결 선고
■관련 설악신문 기사
- 납북피해자 보상, 피해자 대다수 배제 반발 – 속초 영랑동 창동호 선원 가족 발언 (2008년 3월 24일 설악신문)
- “형 살고 나온 아버지는 몸과 정신이 정상 아니었다” 창동호 선원 유가족 국가상대 소송 (2021년 7월 12일자 설악신문)
-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이야기6 – 속초지원 1972년 납북귀환 창동호 가족 위자료 지급 판결 (2021년 11월 22일자 설악신문)
-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가족 속초지청 방문, 직권 재심청구 요청 (2021년 3월 14일자 설악신문)
- 창동호 납북귀환어부 1명 검사 직권 재심 청구 (2021년 4월 11일자 설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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