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여 속초시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강원도는 너무나 넓은 면적에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18개 시·군이 묶인 지역으로, 산림·환경·군사·농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강원도만 해당하는 불평등 규제를 받아왔으며 영동·영서의 지형적 불균형과 군사분계선 접경 및 폐광 등 특수한 악조건이 상존하는 지역입니다.
속초시를 비롯한 강원도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생활 터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마침내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29일 국회를 최종 통과하여 2023년 6월 11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약칭 강원특별법 제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별자치도 설치의 효과는 제주도의 변화에서 명백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2006년 2월 제주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2019년 12월까지 총액 인건비 제도 배제, 세율조정권 및 감면 특례,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례, 교육·의료·투자 진흥 특례 확대 등 모두 6단계에 걸친 4,660건의 제도 개선을 통해 국방과 외교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국가사무에 대한 각종 권한을 이양 받았습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특별법에 따라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교부받으면서 지방세 규모는 2006년 4,337억원에서 2019년 1조5,195억원으로 250%나 증가하였습니다. 같은 시기 전국 평균 지방세 증가율이 119%에 그친 것에 비하면 일반지자체들은 넘보기 힘든 비약적인 증가율입니다. 이런 대폭적인 재정규모 확대를 바탕으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55만명이던 인구는 2022년 7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를 통해 인구와 지역내 총 생산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이처럼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정부로부터 행·재정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강원도의 지역 여건에 근거하여 필요한 발전전략을 세우고 특례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하기에 23개 조항에 불과한 강원특별법은 너무나 부족한 실정입니다. 제주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363개 조항이 있던 것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대폭적인 권한이양을 전제로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한 반면, 강원특별자치도는 강원도민이 결집하여 쟁취한 결과로서 특별법 제정 자체를 우선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 실현을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법률 시행일 전까지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의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고 진정한 강원특별자치도로 출범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설치 등 행정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정부·정치권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먼저 특별자치시·도의 지위를 인정받은 세종시와 제주도의 사례를 분석하여 강원도의 발전 전략과 적용할 수 있는 특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17일 강원연구원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착수 보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특별자치도의 비전과 방향성 정립,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례 발굴, 관련 법령 분석과 개정법안 마련을 골자로 하여 내년 3월까지 용역을 진행합니다.
중앙부처에서도 자치분권 확대, 규제관련권한 지방이양, 지방소멸대응기금 차등지원 등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와 강원도의 행보에 발맞춰, 이 시점에 우리 속초시가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자치도의 기회를 살려 속초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이자 환동해권 거점 도시로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속초시만이 가졌고 속초시만이 해낼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선행해야 할 필수과제입니다. 또한 속초시만의 특례 발굴과 규제개혁, 경제 성장을 위한 각 분야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시만의 연구 용역을 시행함은 물론, 각계각층의 전문가 자문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시의 준비 상황은 부족해 보이기만 합니다. 당초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속초시 강원특별자치도 추진준비단’을 설치한다고 하였으나 아직 가시적인 내용이 없고, 단순한 표지판과 관리시스템 및 공부 등의 행정제도 명칭 변경과 같은 기본적인 준비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며, 이번 2022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특별자치도 준비와 관련된 예산 편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강원도는 강원연구원에서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여 내년 4월경 국회 의결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연구원의 용역 결과만으로는 속초시가 원하고 시민들이 염원하는, 속초시 실정에 맞는 규제 및 개선 요구사항들이 법률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 부처와 국회 협조도 필요하여 1년도 남지 않은 특별법 시행 유예기간은 여유롭거나 한가한 시간이 절대 아닙니다. 속초시가 원하는 사항을 해당 법률 개정안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예산과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고 활용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입니다.
우리 속초시는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 동해북부선 철도 완공을 예정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와 그에 따른 특례는 철도 완공에 버금가는, 속초시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법률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높은 독자적인 지역발전 모델, 지역적 특색을 살린 지방분권 모델을 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속초시는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속초시의회 역시 의원님들의 관심을 모아 속초의 발전이라는 대전제 아래, 속초시민의 의견과 지혜를 결집하고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속초시와 속초시의회를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속초 발전의 대전환을 맞이하는 발판이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속초시와 속초시의회가 소통과 협치를 통해 중심을 잡고, 민간 전문가와 학계, 시민을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반영하여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속초시는 지속적인 성장의 열매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치와 균형발전의 모범적인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속초의 영광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종현
속초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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