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례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별도의 공사를 만들어 정규직화 하는 방안이 엄청난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 검색과 보안 업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천9백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을 두고 인천공항 정규직과 공기업을 지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 사건이었다. 이런 결정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은 채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노력하지 않은 자들의 무임승차”라고 비판하며 ‘불공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청와대 국민청원은 “간단한 인성검사와 면접만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직원”이 되는 것은 “불공정한 특혜 채용으로 결코 정의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의 “자리를 뺏는” 것으로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별도의 경쟁 절차 없이 고임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특권적 조치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때 반드시 공개적인 경쟁시험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개 경쟁시험만이 ‘공정’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럼, 이런 주장의 근거를 존 롤즈의 분배적 패러다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존 롤즈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를 중시하면서도 자존감이 훼손되지 않을 정도의 차이를 옹호하여 결과를 정의롭게 만들고자 제시하는 자신의 정의론을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를 주장한다. 롤즈는 《정의론》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정의의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최대한의 자유 평등 원칙’으로 정치적 자유,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와 기회가 모든 시민들에게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는 ‘차등의 원칙’으로 기본적 권리와 기회가 모든 시민들에게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하지만, 사회의 열악한 위치에 있는 ‘최소수혜자들’에게 ‘최대 이익’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위해 불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셋째는 ‘기회균등의 원칙’으로 모든 사람에게 직책 및 직위에 대한 공정한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청년들이 위와 같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분노하는 이유는 롤즈가 제시하는 세가지 정의의 원칙 가운데 ‘기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 위반에 기준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이들이 볼 때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취직 기회가 다른 ‘취준생’들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기존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보안 검색요원들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은 일종의 ‘특혜’로 ‘기회균등의 원칙’ 위반이 된다. 이는 공정의 논쟁점을 ‘절차의 공정’, ‘결과의 공정’으로 구분했을 때, ‘기회균등의 원칙’은 ‘절차의 공정’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특혜’가 주어질 경우에도 사회의 ‘최소수혜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하는데, 이들이 볼 때 기존에 보안 검색요원은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이미 연봉 3,800만원을 받는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로 아직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취준생’, ‘공시족’들과 비교할 때 ‘최소수혜자들’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만약 정규직 취직 ‘특혜’가 주어진다면 기존 비정규직이 아니라 아직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사회의 ‘최소수혜자들’인 취준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차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결정이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결정으로 “불공정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공정’에 대한 롤즈의 분배적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는 입장이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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