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함께 우리 지역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를 알기 쉽게 이해하면서 미래 100년을 올곧게 설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교육자이자 향토사학자인 한서교육문화재단 추상호(77) 이사장이 올해 광복 77주년을 맞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이어 강현면 적은리에 ‘3.1공원 농장’을 조성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조성에 들어간 이곳은 ‘추쌤의 3.1공원 농장’으로 명명하고 갈수록 희미해지는 양양군의 기미년(1919년) 3.1독립만세운동 얼을 드높이는 동시에 생활 속에서 자주독립의 정체성을 높일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했다.
그리 넓지 않은 사유지에 마련한 ‘3.1공원 농장’은 신석기 문화 발상지인 양양군이 군수로 부임한 한서 남궁억 선생의 현산학교(지금의 양양초등학교) 설립에 따른 신학문 전파와 의식 개혁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에도 자주독립을 위한 기미년 3.1만세운동을 자생적으로 주도한 그 기백과 용기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기반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추상호 이사장은 양양군의 전국적인 3.1만세운동 의미를 알기 쉽게 전파하기 위해 이곳에 설립 취지와 함께 1906년 양양군수로 부임한 후 현산학교를 설립하고 신학문 운동과 의식 개혁에 앞장선 3.1만세운동의 주역이자 겨레의 스승인 남궁억 선생을 비롯해 유림 대표로 3.1만세운동을 주도한 이석범 선생, 감리교인들과 3.1만세운동을 벌이며 대한독립애국단 강원도단 양양군단을 조직해 활동했던 김영학 목사, 유관순의 올케로 버선발에 독립선언문을 숨겨와 3.1만세운동의 도화선을 이은 조화벽 지사 등 4인의 3.1운동 지도자들을 표지판으로 제작해 누구나 쉽게 3.1만세운동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조성했다.
특히, 바로 옆에는 양양군의 3.1만세운동 역사를 가장 깊게 연구했던 조동걸 교수의 독립운동사를 근거로 추상호 이사장이 양양 3.1독립만세운동에 관여한 주민 160여명의 명단을 지역별로 게첨해 그동안 역사에서 가려졌던 이들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와 관련, 1919년 기미만세 당시 양양군 양양면에서는 조화벽 지사를 포함해 44명이, 강현면은 강현면 책임을 맡아 지휘한 장세환 등 19명, 만세고개에서 치열한 만세운동을 벌였던 현북면은 사망자와 복역자 등 50여명, 현재 속초시인 도천면에서는 중도문리 이석범 선생을 비롯해 유림 21명, 손양면에서는 함홍기 열사 등 7명, 서면도 14명이 임천리 일대에서 목숨을 건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현재는 고성군이지만 당시에는 양양군에 속했던 토성면에서도 운봉리와 아야진리, 백촌리 등에서 김영학 목사를 비롯해 6명이 독립만세운동에 불을 붙이며 큰 힘을 보탰다고 기록하고 있다.
추 이사장은 바로 옆에 현재 68명으로 확정한 3.1독립만세운동 독립유공자 현황표를 만들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생생한 역사 교육의 한 페이지가 되도록 세심하게 기록했다.
이어 자칫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양양군의 3.1운동사를 세상에 알린 고 조동걸 춘천교대 교수의 업적과 열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게시하고 있다.
찾아올 어린이들 생각에 ‘미소가 절로’
한서 남궁억 선생을 인생의 큰 스승이자 얼로 추앙하는 추상호 이사장은 초중등 교편 32년을 마치고 그 뜻을 잇기 위해 한서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해 3.1만세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선양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8년에는 기미년 만세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민간차원에서 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양양지역의 항일 독립운동사>도 발간했었다.
<양양지역 항일 독립운동사>는 양양초등학교 설립자인 한서 남궁억 선생의 교육사상과 3.1운동의 지방민 참여, 양양지방 3.1만세운동 연구, 일제하 양양지방 독립운동과 기독교인의 역할, 대한독립애국단의 활약상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양양의 3.1만세운동은 1970년 이전까지 구체적인 사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교단에서 설악권과 인연을 맺은 사학자 조동걸 교수의 노력에 의해 체계화되면서 그 역사성을 인정받게 됐다는 명확한 사실관계와 근거를 밝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어 양양의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두 여성의 애틋한 인연과 아픈 시대 역사를 다시 짚어보는 <조화벽과 유관순>-‘양양 3.1운동의 주역 조화벽을 통해 본 유관순 그 후 이야기’를 출간하는 데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조화벽,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로, TBN 강원교통방송을 통해 송출되기도 했으며, 양양읍 남문3리에는 조화벽 벽화거리가 조성됐다.
항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양의 3.1만세운동은 후대에 잊혀질 정도로 소외됐었지만, 교육자이자 향토사학자로서 퇴직 후에 더 열정적인 지역 역사 되찾기에 나선 추상호 이사장의 헌신적인 교육열로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제7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찾은 ‘추쌤의 3.1운동’ 공원에는 추상호 이사장이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며 선열들의 얼과 넋을 기리고 있었다.
추상호 이사장은 “양양을 일깨운 겨레의 스승인 남궁억 선생님, 유림의 대표로 일제탄압에 언제나 앞장선 이석범 선생님, 기독교 정신과 애국애족 정신을 일깨워준 김영학 목사님, 교육만이 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교육에 앞장선 조화벽 지사님, 이 분들의 뜻을 잘 이어받아 후대에 자랑스러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추상호 이사장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바람이 좋은 가을이 되면, 이곳을 찾아올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며 오늘도 3.1공원 농장을 가꾸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한서교육문화재단 추상호 이사장이 3.1운동 공원을 소개하고 있다.
추상호 이사장이 3.1만세운동 참여 주민들과 지도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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