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3을 참 좋아한다. 천・지・인이 그렇고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 삼형제가 그러하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세 여신이나 고르곤 세 자매 또한 그렇거니와 케르베로스나 히드라처럼 머릿수가 들쭉날쭉하던 신화의 동물들도 결국 머릿수가 세 개로 정리되었다. 3이란 숫자는 사람들에게 참 안정감을 주는 듯하다.
문득 청렴을 강건하게 할 주요한 세 가지란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정성, 체계성, 투명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청렴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성이란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개인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청렴의 자세로 보고 싶다. 늘 사소한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기를 읊조리면서도 나도 모르게 놓쳐버린 점이 있지 않나 하루의 말미를 뒤돌아보게 된다. 가랑비에라도 옷자락은 쉽게 젖지만 이를 말리려면 날씨가 흐릴 때는 물론이거니와 날씨가 맑은 때라도 한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청렴에 대한 자세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젖기는 쉽지만 이를 다시 회복하려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지라 청렴을 더럽히는 유혹들이 인생의 주변에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면 내가 스스로 드높은 청렴의 자세를 유지하더라도 과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유혹이 몰아칠 때가 있다. 이를 걸러 주는 것을 나는 체계성이라고 생각한다. 사적인 지위에서야 어떻든 개인의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더라도 무방할 수 있지만 공적인 지위에서는 공정성을 지켜야 할 텐데 개인의 청렴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직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제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명성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에게 공개된다면 내가 남에게 부끄러움을 사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적극적 기제와 잘못하면 나도 인생의 선로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소극적 기제가 어우러져 공정성과 체계성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때는 말이지…”라는 말을 하면 꼰대라는 말을 듣는 시대가 되었지만, 진심으로 내가 전력산업 중흥의 중대한 사명에 투신하며 온몸을 불사르던 때와 비교하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될 만큼 청렴에 있어서는 커다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렴도 순위는 180개국 중 32위로 62점을 취득했다고 한다.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인 50점 수준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인 70점대의 중간 정도의 위치인데 우리나라의 경제력 수준을 생각하면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인 점만큼은 매우 흐뭇한 일이다. 이제 경제강국일 뿐만 아니라 문화강국으로서의 입지도 굳혀감에 있어 청렴이란 가치는 당연히 최우선시되어야 할 것이기에 청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접근방향에 대해서 비록 충분치는 않지만 한 번쯤은 내 생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김창균
한국수력원자력(주) 양양양수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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