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사진)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아사달로 가는 갯배>(사과나무)를 펴냈다.
지난해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중심 테마로 발간한 두 번째 시집 <파도 땋는 아바이>(서정시학)의 후속 시집이다. <아사달로 가는 갯배>에 실은 전체 80편의 시 중 ‘사이렌 언덕’과 ‘사십계단 엘레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호동의 숨은 이야기를 담았다. 시집 1부 ‘아사달로 가는 갯배’에는 16편 모두가 제목에 갯배를 달았다. 2부 ‘흰 뼈에 엎드려’, 3부 ‘도꾸 메리 쫑들은 어디로 갔을까’, 4부 ‘가슴 방파제’에도 청호동 이야기가 그득하다.
박대성 시인은 시집 ‘시인의 말’에서 “오징어 명태는 속초를 강원도 땅을 모두 사고도 남을 만큼 많이 잡혔으나 아바이 아마이들은 자식들 교육과 동기 간 이웃 간의 구휼에 돈을 썼을 뿐”이라며 “그래서 이들의 집은 비바람이 맘껏 드나든다. 곧 돌아갈 줄 알았던 북녘을 올려다보고 산 지 칠십 년이 넘는다. 그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썼다.
장승진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아사달로 가는 갯배>는 갯배와 청호동에 대한 시인의 필사적인 기억복원 작업의 산물이다”면서 “박대성은 이 갯배와 청호동을 실마리로 실향민들 정신세계 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어기영차 배 몰아 압록 가자 두만 가자/ 얼라들은 서울로 망아지는 제주로/ 아바이 아마이들은 고향 산천 가자/ 어기영차 배 몰아 두만 가자 압록 가자/ 아바이 아마이들아 고와궁게 가자// 잠자는 환웅 웅녀 깨우자/ 갯배 타고 올라가자/ 가자 갯배야 가자 가자/ 압록 가자 두만 가자/ 만주 흑룡 가자 아무르 우수리 가자/ 아바이 아마이 청사초롱 환한/ 아사달 가자/ 가자 가자 갯배야/ 갯배야 아사달 가자’(‘갯배야 아사달 가자’ 1, 3연)
장승진 시인은 이 시를 두고 “분단된 나라 한반도 남쪽에 살면서도 갈 수 없는 북쪽 그리운 고향은 상상 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확장된다. 함경도 땅을 넘어 고구려를 넘어서 아득한 고대 역사 속의 아사달로 직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와궁게’는 구중궁궐과 같은 뜻의 함경도 사투리라고 한다.
함경도 사투리로 쓴 시들이 정겹다. ‘이봅세 아마이/ 참 고맙지 안슴둥/ 저 갯배 한 켤레를/ 우리 참 오래도 신지 않았음매’(‘갯배 한 결레’ 1연)
납북됐다 돌아와 모진 고초를 겪었던 어부의 아픔도 담았다. ‘납북어부들 돌아오는 날은 순경들 잔치 날/ 우려먹고 돌려먹을 알들이 돌아오니까/ 몇 번은 몇 년은 조이 그들의 알들을/ 꺼내 먹을 수 있었다/(‘이중간첩’ 3연)
현재 손양초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박 시인은 오는 8월 42년 간 몸담았던 교직을 정년퇴임한 후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명태’라는 소설 제목도 정해두었다. 그래서인지 시집에 온갖 명태를 호명하는 시 ‘명태 팔만대장태’를 길게 5쪽에 걸쳐 실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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