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생님이 한마음 한뜻으로
관악부 창단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김지권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최종근 교감 선생님 등등 강현중의 모든 선생님들이 본인의 일처럼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필자를 도와주셨다.
당시 필자는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관악부가 없는 학교여서 자청해서 맡은 업무였다. 관악부 지도교사로 활동했던 16년 동안 딱 한 번밖에 맡은 적이 없었던 학급 담임이었다. 그런데 관악부 창단이 결정되자, 학급 담임 업무가 무척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러자 선생님들이 나서서 담임 업무를 도와주셨다. 신승철 선생님(현재 도교육청 장학사)은 학급 행정 업무를 도맡다시피 하여 처리해 주셨다. 고석진 교무부장 선생님은 필자의 출퇴근 전속 운전기사로 도움을 주셨다. 그만큼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었다. 자가용으로 통근을 해보니 강현중은 속초에서 정말 가까운 학교였다.
관악부 신입 부원을 선발하는 데도 1·2학년 학급 담임 신승철 선생님과 황현정 선생님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관악부원 선발에는 음악 선생님보다 담임 선생님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신입 부원은 원래 1학년만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강현중은 학생 수가 워낙 적어서 2학년도 선발했다. 더구나 그해는 1학년이 10여 명밖에 안 되었다.
2학년은 모두 36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1·2학년을 모두 합쳐서 20명을 선발했다. 합주단 규모로는 좀 적은 인원이었다. 하지만 당초에 예상했던 중주단 규모보다는 많은 인원이었고, 부족한 인원은 1년 후에 신입생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채워질 것이었다.
2004년 강현중 관악부 창단 부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제한된 지면 때문에 구체적인 파트 악기 이름은 생략, 괄호 안의 숫자는 학년)
▲목관 파트-김유진(1), 설하예나(2), 오안나(2), 김선영(2), 김나현(2, 초대 악장), 장윤정(2), 정윤주(2)
▲금관 파트-김영식(1), 모진혁(1), 김영대(1), 이선미(1), 김준우(2), 김동은(2), 손병권(2), 김영인(2)
▲타악 파트-김성래(1), 김우종(1), 홍민관(1), 이기쁨(2), 이승희(2)
급한 악기는 일단 외상으로
김지권 교장 선생님 덕분에 관악부 창단 예산은 차질 없이 확보가 되었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과 양양군청에서 각각 1천 만원씩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양양농업기술센터에서는 100만원 상당의 악기(트럼펫)를 지원하였는데, 여기에 학교 예산 50만원을 더 보태어 총 2,150만원이 관악부 창단에 투입되었다.
필자는 필자대로 관악부 지도교사로서 행정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우선, 관악부 창단 계획서부터 만들어야 했다. 관악부 창단 계획서는 순전히 필자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그 계획서에는 창단 목적, 창단 후 예상되는 교육적 효과, 관악부 편성 규모 및 형태, 예산 소요액, 창단 후 활동 계획 등등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담았다.
음악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는 진짜 많았다. 일단 교가부터 편곡해야 했고, 그 외에 연주곡들도 대부분 직접 편곡을 했다. 기존에 편곡된 곡들은 풀(full) 편성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강현중 관악부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곡의 난이도도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신생 관악부 수준에 맞게 직접 편곡을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었다.
그런데 공금이라는 것은, 실무자에게 최종적으로 집행이 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여러 가지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연습이 필요한 일부 악기는 외상구입을 했다. 악기 외상구입에도 김지권 교장 선생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악기 업체에 학교장 명의로 대금지급보증서까지 자필로 써 주셨었다.
덕분에, 일부 파트(트럼펫·트럼본 파트 등)는 4월부터 바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관악부 연습 지도 시간을 방과 후 근무 시간으로 처리하는 배려도 해주셨다. 그래서 시간 외 수당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런 금전적인 보상은 관악부 지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후임 지도교사 강은희 선생님 때 최전성기
강현중 관악부의 행정 서류상 창단은 2004년 3월이고, 일부 파트가 연습을 시작한 것은 4월, 그리고 파트 전체가 연습을 시작한 것은 6월부터였다. 그런데 공식 창단식은 같은 해 10월 12일이었다. 그날 행사는 학교급식소 준공식과 함께 학교 강당에서 성황리에 치러졌었다. 창단 몇 개월밖에 안 된 관악부였지만 행사곡들을 무난하게 잘 연주해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부원들 눈높이에 맞게 편곡을 잘한 데다가 필자 특유의 스파르타식 집중 훈련에 부원들이 잘 따라준 결과였다.
그렇게 창단된 강현중 관악부는, 필자가 학교 근무 만기로 떠나고 나서 후임 강은희 선생님 때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성악을 전공한 강은희 선생님은, 아주 뛰어난 합창 지도 전문가였다. 그런데 강현중 관악부를 맡게 되면서 합주 지도 전문가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강은희 선생님 때는 관악부 규모도 훨씬 더 커졌고, 전국 대회에서 아주 큰상까지 받게 된다.(2013년 제11회 전국관악경연대회 금상 수상. <설악신문> 2013년 9월 1일자 기사 참조)
트럼펫 파트의 쌍두마차 조경민과 곽현지
강은희 선생님 지도교사 시절에 강현중 관악부는, 독주 부문에서도 아주 화려한 입상 실적을 올렸었다. 필자가 강현중을 떠난 이후였던 2009년과 2010년, 트럼펫 파트의 조경민 군과 곽현지 양이 여러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특히 조경민 군은 상을 거의 혼자 휩쓸다시피 했는데, 조 군은 그동안 필자를 거쳐 간 트럼펫 파트 제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제자였었다.
조경민 군과 함께 강현중 관악부 트럼펫 파트의 쌍두마차였던 곽현지 양은, 트럼펫 연주자로서 뛰어난 음악성과 최상의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 사정으로 관악부에 한 학기 늦게 입단을 하였고, 음악보다는 영어 공부에 더 치중했던 관계로 재능을 100% 발휘하진 못했다. 조 군과 곽 양은 둘 다 필자의 마지막 관악부 제자들이다. 그래서 필자의 음악 인생 비망록에 더더욱 선명하게 남게 될 것 같다.
현재 강현중 관악부는 정상적인 운영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학생 수가 너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30여 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속초로 빠져나간 것 같다. 각종 장학금을 포함하여 모든 교육 지원이 농어촌 학교가 우선인데도 불구하고. 학부모님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끝>
강현중 관악부가 2013년 8월 춘천에서 열린 제11회 전국관악경연대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강현중은 금상을 수상했다.
임수철
작곡가·전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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