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식욕, 성욕, 탐욕이라는 세가지 기본욕구가 있다고 한다. 근래에 각종 매스미디어나 SNS를 통해 유달리 많은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며 그 위험수위도 점차 높아져 감을 느낀다. 과거에 비해 사람들 내부에서 분노, 상실감, 욕구충동 등의 감정이 일어날 때 이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이다. 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조절장애인데 투신자살, 묻지마 폭력이나 보복운전, 성적인 범죄 등이 그것이다. 조절장애는 충동조절장애와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삶의 주변 곳곳에서 화기(火氣)의 기세가 오르니 우리 사회를 이익추구사회에 이어 조절장애사회라고 덧붙여 칭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아무도 원치 않을 것 같은 이런 조절장애사회, 욱하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시대적 조류는 과연 어떻게 부상하게 된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계를 창조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진 마음, 정신, 사상 등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과거에 비해 인성(人性)이 결여되고 온정(溫情)이 궁색하며 영성(靈城)이 미숙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흐트러진 정신세계가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로 인해 우리 인간은 다시 상처받고 소외되고 불안하기에 조절장애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의 인성결핍으로 인해 조절 장애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거나, 듣고 보고 있는 무한 경쟁주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절장애 가운데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조절장애와 달리 상당히 대중화 되어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가 아니라 타인의 선행에 자신의 작은 역할이 있었다하여 모두 자신의 선행으로 가로채는 파렴치한 위선자도 있고, 분노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도덕적, 사회적으로 어긋한 행위로 사회를 경악케 한 극소수의 유명인, 권력자들도 있다. 이에 대해 다수 대중은 또다시 분노를 표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의 수준이 아니다. 후자의 분노는 문제해결의 실마리인가? 아니면 또 다른 분노의 촉매제인가?
유학자 공자는 조선을 일컬어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던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 희망과는 꽤나 멀어진 듯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가 온통 분노나 충동, 위선 따위로 가득찬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알게 모르게 선행을 실천하고, 자기가 가진 재능을 나누며, 희망을 키우고 전달하는 사람들이 흔하고 그러한 일들이 우리사회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이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인문학이나 예술, 스포츠 등에 의한 힐링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조절장애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나눔과 봉사, 배려 그리고 촘촘한 복지는 사치품이 아니라 사회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분노나 상처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소외를 선택할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시인 윤동주가 그의 시에서 썼듯이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욕된 마음의 거울을 닦아보기로 하자. 매일 내 마음에 때가 낄지라도”, 작은 실천 한 가지라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