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사회자가 95세로 별세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으로 ‘국민 MC’가 되었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 분에게도 아픔이 많았는데 건강을 잃고 유언을 남길 가치도 없다 생각하여 남산 팔각정에서 뛰어내렸다가 소나무에 걸려 살았고, 그때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거기서 넌센스 퀴즈 “낭떠러지 나무에 걸린 사람은?”이 “덜떨어진 사람”인가 보다.
그때 재기를 이어가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남긴 “우리 모두 희망의 끈을 꽉!”이라는 친필 메시지가 A경제 김모 기자에 의해 알려졌다. 국민에게 남긴 유서인 셈이다. 그래서 겸하여 정치지도자들의 유언이 궁금했다. 마침 “超人의 유언 VS 惡黨의 유언”이라는 제목의 일간지 논설위원의 블로그가 있어서 재정리를 했다.
외국 지도자들 △레닌(1924년, 53세) “스탈린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할 능력이 없다.” △스탈린(1953년, 74세) 유언 없음(뇌출혈) △모택동(1976년, 83세) “내가 죽으면 고향 후난성에 묻어 달라.” △등소평(1997년, 93세)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화장 후 유분(遺粉)은 대해(大海)에 뿌리라.” △차베스(2013년, 59세) “죽고 싶지 않다. 제발 죽지 않게 해 달라.” △김일성(1994년, 82세) “내가 죽으면 나의 혁명동지들이 묻혀있는 대성산혁명렬사릉에 묻어 달라.” △김정일(2011년, 69세) “이명박 정권과는 북남관계 개선이나 통일 불가능하다, 다음정권에서 시작하라.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라.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다. 원자력발전소를 3개 건설해라. 김정은을 최고직책에 올려라.”
국내 지도자들 △김대중(2009년, 85세) “민주당이 단합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김영삼(2015년, 87세) “통합과 화합” △노무현(2009년, 63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박원순(2020년, 64세)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 △박정희(1979년, 62세) “난 괜찮아.” △이순신(1598년, 53세)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이승만(1965년, 90세) “잃었던 나라의 독립을 다시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하며, 불행했던 과거사를 거울삼아, 다시는 어떤 종류의 것이든 노예의 멍에를 메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우리 민족에게 주는 유언이다.”
지난 해 연말에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벤트로 <널 잊지 않을게>, <엔들링1-마지막 하나> 책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유명인들의 유언 문장 카드를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어린이에게 꿈을 주는 도서들이다. 검은색 육각형 관모양 종이상자인데 관뚜껑을 열면 그 속에 유명인들 외국의 버지니아 울프, 마르틴 루터 등, 국내의 허난설헌, 박경리, 박완서 등의 유언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정치지도자의 유언은 없었다. 아! 문학 작가들만 해당되나 보다.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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