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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관악부 이야기(8) / 강현중학교 관악부 창단은 우연의 우연?<상>
“관악부 창단을 하겠다고요? 아, 그거 정말 좋군요”
등록날짜 [ 2022년07월04일 17시55분 ]

 강현중 관악부 창단의 우연적 조짐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던가. 2004년, 강현중학교에 관악부가 창단된 것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전교생 70여 명밖에 안 되는 면 지역의 소규모 학교에 어떻게 관악부가 창단될 수 있었을까?
필자가 강현중으로 발령 난 것부터가 우연이었다. 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령이 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의 근무 희망 학교는 양양중학교였다. 
양양중으로 희망한 것은 나름대로 사연이 좀 있었다. 고성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던 2003년 학기 초였다. 어머니께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뇌경색이었다. 아주 심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몇 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회복은 잘 되었다. 그러나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형제자매들은 모두 출가 독립한 상태라 어머니를 보살필 사람은 필자뿐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근무 학교를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더 나을 것 같았다. 관악부 때문이었다. 관악부를 맡게 되면 퇴근 시간이 늦을 때도 있고, 공휴일 행사를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 건강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관악부가 없는 중학교로 가야 했다.
그리고…. 16년 경력의 관악부 지도교사로서 관악부 업무를 당분간 좀 쉬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여기저기 갈 만한 학교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속초 시내 학교에는 음악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양양 지역 쪽으로 알아보니 양양중에 자리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양양중 정도면 출퇴근에 큰 부담이 없는 학교였다. 당시 양양중은 양양고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병설학교였다.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양양고 관악부 보조 지도교사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관악부 업무를 하루아침에 모두 내려놓는다고 생각하니 미련이 좀 남는 것 같았다.)
양양중 교감 선생님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그 학교로 가야 할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교감 선생님께 겸사겸사 전화까지 드렸었다. 
“임 선생님 오시는 거 환영입니다. 우리 학교 음악 선생님 딴 학교로 전보 희망원을 냈으니 자리가 날 겁니다.” 

아이하고 발령은 나 봐야 안다? 
2004년 3월 1일자 교원 정기 인사 발표가 나던 날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약간은 설렘과 긴장된 마음으로 발표 결과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해는 결과가 뻔하다고 여겨져서 확인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 강현중학교로 발령났던데요?” 
강현중?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 결과였다. 교육청에 알아보니, 양양중뿐만 아니라 강현중에도 음악 자리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당사자인 필자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보고 배정을 하려고 했는데, 교육과장님 때문에 강현중으로 배정이 되었다고 했다. 필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당시 교육과장님께서 인사담당 장학사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임 선생님은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드리기가 좀 불편할 겁니다. 강현중이 가까우니 그 학교로 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강현중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속초에서 강현중이 양양중보다 가깝기는 했다. 그런데 대중교통은 더 불편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대략 800미터 정도) 
반면에, 양양중은 버스 정류장이 교문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래서 자가용이 없는 필자에게는 양양중이 출퇴근하기에 더 편리했다. 걷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엇비슷하거나 강현중이 더 걸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 학교 배정을 한 것이었다. 그러니 인사 결과에 대해 왈가불가할 상황이 아니었다. 
‘애하고 발령은 나 봐야 안다’는, 인사철만 되면 선생님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가 정말 맞는 것 같았다.

너무나 쉽게 결정난 관악부 창단
관악부가 없는 강현중 입학식에서 필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관악부가 있는 학교였다면 입학식 날 출근하자마자 음악실로 직행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관악부원들과 제대로 얼굴도 익히기 전에, 당장 치러야 할 입학식에서 연주할 음악들을 맞추어봤을 것이다.
관악부가 없는 입학식이다 보니 애국가는 물론 교가 제창도 방송실 음원 반주에 맞추어 불렀다. 그날 입학식에서는 지휘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임 음악 선생님이 재학생 지휘자를 선발해 잘 가르쳐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재학생 지휘자는 2학년 이기쁨이라는 남학생(알고 보니 그 아이가 음악 영재)이었는데, 덕분에 필자는 뒷짐 지고 모처럼(그러니까 17년 만에) 여유 있게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 그렇게 여유 있는 입학식을 치렀으면 마음도 아주 홀가분해야 하는데, 영 그렇지가 않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 허전함의 근원이 뭘까? 바로 관악부 없이 치른 행사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관악부만 없으면 무척 편할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음악교사로서 뭔가 직무를 다 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입학식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졸업식, 그리고 예술제 등등도 관악부 없이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팥 없는 찐빵처럼 맛없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처럼 삭막한 행사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전교생 70여 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 관악부 창단은 무리일 것 같았다. 10여 명 규모의 관악 중주단 정도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중주단 규모라 해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했다. 트럼펫이나 트롬본은, 전공자용 모델 악기만 아니면 한 대에 100만원 미만 가격도 쓸 만했다. 하지만 유포늄이나 튜바 같은 악기는 기본 가격이 몇 백 만원대였다. 
그래도 한번 추진은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여러 날 심사숙고 끝에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다. 김지권 교장 선생님은, 관악부 창단을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오신 것처럼 반응을 보이셨다. 더구나 정년도 불과 1년 반밖에 안 남은 교장 선생님께서.
“관악부 창단을 하겠다고요? 아, 그거 정말 좋군요. 적극적으로 추진해보세요. 예산 문제는 전적으로 제게 맡기고 선생님은 음악 관련 업무에만 신경 쓰세요.”
<계속>  

강현중 관악부 제1회 정기연주회 안내문.

 

임수철 
작곡가·전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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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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