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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시(詩)로 풀어보는 시(時)시(市)한 이야기 – 11
등록날짜 [ 2022년07월04일 15시35분 ]

나이가 들면서 일상에 지친 날이면 문득 ‘산다는 게 뭐지?’라고 자문하는 날이 가끔 있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또 변함없는 오늘이라면 왜 이렇게 아등바등대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거라면….
이렇게 사는 게 꿉꿉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필자는 종일 소파에 등을 대고 액션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서재에 틀어박혀 읽지 못하고 오래 쌓아 둔 책을 펼치거나 한다. 그러다 보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을 가진 글을 만나기도 한다.

달팽이와 놀아나다 / 서정춘
어딜 가니/  몰라//   멀리 가니/  모올라//  가기는 가니/ (!!)//

서정춘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필자는 달팽이의 자리에 필자를 놓는다.
너 지금 어딜 가니? 내 삶의 종착역으로, 그런데 그 곳이 어딘지 나도 몰라.
멀리 가니?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멀기도 한 것 같은데…  나도 모올라!
가기는 가니?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달력의 날짜가 바뀌는 걸 보면 가는 것 같은데…
돌아보면 별로 자리가 안 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아.

삶이란/ 민병도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그래 우리가 산다는 것은 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몸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물처럼 막히면 잠시 멈추고, 고이다 넘치면 다시 흐르고, 앞을 가로막는 바위가 있으면 휘돌아서 끝내 바다에 이르러야 한다. 그렇게 흔들리다 일어서고, 흐르다 멈추고, 멈추었다 다시 흐르기를 반복하면서 산처럼 묵묵히 견뎌내는 게 사는 거라는 민병도 시인의 시를 읽으며 필자도 다시 일어선다.
 
흔들바위- 2 / 김종헌
아이가 흔들어도/ 흔들// 어른이 흔들어도/ 흔들//
같은 기울기로 흔들리다/ 늘 제 자리//
그래/ 딱/ 그만큼만 흔들리며 사는 거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날이 좋은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우중충한 장마철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끈적한 땀이 배어나는 등줄기의 느낌이 짜증을 넘어 불쾌감으로 이어진다. 날씨마저 사람을 흔든다. 그래 우리 사는 게 늘 꽃피는 봄날이겠는가? 바람을 이겨내야 활짝 핀 꽃송이를 볼 수 있고, 여름 땡볕을 견뎌야 농익은 열매를 볼 수 있는 게 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사는 게 팍팍해지면 그 평범한 진리를 쉽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흔들린다. 그러나 세상이 나를 흔들고, 친구의 말 한마디가 나를 휘청거리게 하고, 지인의 딴지 걸기가 발목을 잡아도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게 사는 거다.
오늘, 흔들리던 꽃 두 송이가 어린 꽃봉오리 하나를 데리고 완도의 뻘밭에서 지고 말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끈적거리던 등줄기가 갑자기 서늘하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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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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