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넘게 오직 시민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열정으로 쟁취한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철도가 계획대로라면 2027년 동시 개통될 예정이다. 속초시는 수도권과 부산권을 아우르고 남과 북, 동과 서를 포용하는 양대 철도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 양대철도 사업은 총사업비 5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국가기간 교통망 사업으로 양대 철도가 계획대로 개통되면 속초시는 미래발전의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단순히 30년 투쟁 끝에 얻어낸 철도라는 성과물에 심취해 도심이 두 동강이 나든 말든, 무조건 정부 뜻대로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냉철하게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필자는 현직 시장으로서 동서고속화철도 조기착공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정치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역사 지하화(또는 반지하화)를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속초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져야 할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속초의 미래발전과 후손들에게 물려줄 속초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 여론조사 결과 찬반의견은 팽팽(지하화 찬성이 조금 높음)했고, 정치권에서는 날선 공방이 이어져, 소모적 논쟁을 불식시키고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해 의회의 협조를 받아 공신력 있는 철도 관련 전문 기관에 ‘양대철도 통합역사 및 노선 지하화(반지하화) 등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하였고 이 용역은 금년 5월 말 마쳐, 납품되었다.
용역결과는 도심단절, 지역발전 저해 등 우려가 현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고, 여기에 더해 이용객과 주변시설들을 철저히 무시한 채 속초시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역사의 반지하화 등에 대한 당위성은 더 확실하고 시급해졌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갖고 진행된 용역결과는 가감없이 시민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지금의 정부안대로라면 동서고속화철도 속초 구간인 8공구 구간과 동해북부선 철도의 양대 철도 역사(驛舍)는 지상 역사로 설치되고, 그 중심으로 싸리재~이목리 구간(1.8㎞)은 지상 11m의 고성토(高盛土)와 교량으로 설계가 되어 대규모 성토를 통한 노선과 지상 역사 신축으로 결정될 것이고, 이로 인해 정주생활권 및 도시 개발축 단절, 속초시 핵심 가용토지 이용효율 저하 및 도시·자연경관 훼손 등이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궁극적으로 도심공동화 현상은 현실화되고 만다.
다수의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 노선 및 역사가 설계단계부터 (반)지하화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고, 공사비의 증액으로 인해 공사착공 또는 준공시기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론화 작업을 통해 속초시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경내용을 실시설계에 담아내야 한다고 조언하다.
특히, 강릉~제진간 동해북부선 철도와의 연계 추진이 확정되면서 여러 가지 여건과 환경이 급변되었음을 절대로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속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후손을 누구보다 위한다고 주장하고 계시는 이병선 속초시장 당선자와 위정자분들에게 정중히 건의하고자 한다.
그동안 무엇을 등한시하고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진정한 속초의 미래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만 집착하고, 당리당략에만 매몰되어 언 발에 오줌 누는 심각한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뒤돌아보고 이제라도 새 정부에 속초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철도 사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속초시의 통합역사 반 지하화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국가는 이를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너무도 당연한 요구로 철도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민선 8기 시장으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당선되셨으니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나무와 숲을 함께 보고, 희망과 비전을 설계하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지 않은가?
김철수
속초시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