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가 에세이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어크로스)를 펴냈다.
앞서 발간한 서점 이야기를 담은 <당신에게 말을 건다>와 속초 곳곳을 소개한 <대한민국 도슨트-속초>에 이어 그가 처음 펴낸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 ‘속초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서점 주인이자 30대 중반을 갓 넘긴 한 사람의 독서 생활문”이고 “책의 유용성에 대한 보고서”이며 “책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느 서점 주인의 자가 실험보고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 실험이 당신으로 하여금 어떤 책이든 펼쳐보고 싶게 만든다면, 가까운 서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겁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한 편집자로부터 “속초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책 읽기에 대해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책을 썼다. 이참에 그간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손님이 서점에 없는 책을 주문하면 덩달아 읽고 싶어 두 권을 주문하고, 그날의 매출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면 얼른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계산하고 나서야 문을 닫는”, 서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로서 집필을 시작했다.
책에는 ‘사람의 풍경, 서점의 초상’ ‘읽는 마음’ ‘책들이여, 맡기신 분들을 찾아가세요’, 3장으로 나눠 모두 32편의 글을 실었다. 하루 12시간, 주 6일을 서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그곳에서 겪은 일과 마주치는 풍경을 통해 바라본 사람과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와 연관된 책을 끄집어낸다.
서점에서 부부 싸움 도중 손님에게서 졸지에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줌파 라히리의 소설 <축복받은 집>을 서가에서 꺼내 보여준다. 아들이 교도소에 수감 되어 있다는 말을 더듬거리면서 마음에 위로를 주거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을 골라달라는 중년의 여자 손님에게 책 몇 권을 권해드렸다며 올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의 시를 옮긴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언제나 ‘어린나무’라며….
책의 마지막 글인 ‘좋은 책을 고르는 법’의 읽기를 마치면 저자가 읽고 책에서 다룬 ‘참고도서’ 가 정리돼 있어 독서 안내서로서도 유용하다.
하루의 영업을 마감한 서점에서 홀로 불을 밝히고 써 내려간 이 책에서 저자는, 손님이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고, 마침내 신중하게 고른 책 한 권을 들고 다가올 때면, 단순한 서점 주인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를 책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가 된 듯한 근사한 기분이 든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책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자는 2015년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66년 전 할아버지가 문을 연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216쪽, 1만5,000원.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김영건 동아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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