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매트 리들리는 《이타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정신은 이기적인 유전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성, 협동성, 신뢰성 같은 이타성의 성향을 가진다고 했다. 인간은 개미와 꿀벌보다 더 상호의존적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협동, 이타적 행위, 아량, 동정, 친절, 자기희생 등과 같은 미덕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모든 인종의 공통적인 심리적 경향이다. 이처럼 인간은 협력하여 서로 호혜성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사회에서는 호혜주의가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이타성은 이기성과 달리 ‘나’ 아닌 ‘타자’를 전제한다. 이기성은 나의 존재를 유지·보존시키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 타자와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면 이기성은 곧 이타성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이타주의에 관한 한, 인간은 아주 독보적인 존재라는 리들리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그저 그런 단순한 동물은 아닌 셈이다.
위험사회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유대와 협력이 필요하고 또한 제도적 노력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산업화에 따라 사회가 분화되고 개인이 공동체적 유대에서 벗어나 ‘개체화’되어 간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생태계 보존과 환경을 살리기 위해 대체 자원과 에너지가 기업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나라가 탄소중립선언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젤 및 가솔린 자동차 같은 화석연료로 운행하는 내연기관차를 전기 및 수소차로 대체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여 투자하여 개발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이다.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SNS 등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이를 공유하고 연대하여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사회 비리를 고발하고 대응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개별화된 존재가 아닌, 홀로 가는 개인이 아닌 주체적 사고를 토대로 자발적인 참여로 함께 연대하여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시민의식과 행동방식이 요구된다.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공유하는 삶, 소수의 전문가에 의한 일방적 결정보다 각자의 경험과 인식이 이론과 합쳐지는 공론장을 통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위험사회는 더 많은 사회 성원들과의 공유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신화에서 ‘불’은 상징적 의미로 ‘문명’으로 해석된다. 그것은 도구의 사용과 자연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불을 사용함으로써 물질문화인 기술 문명 발전의 첫 단추를 채운 것이다. 신화 속의 ‘판도라의 상자’는 신의 분노를 전달하는 매개물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치고,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을 사용한 대가로 판도라 상자와 같은 ‘재앙’으로 설정한 것은 기술 문명을 발달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해악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가 가져다준 재앙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다. 과학기술 발전이 해악을 최소화하고 물질문화 중심의 욕망 추구에 대한 반성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 희망의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무한 축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탐욕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에 ‘성찰적 자기화’를 추구하는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한 사회를 다시 재구성해야 한다. 흩어지면 오히려 사회는 더 힘을 잃는다. <끝>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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