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고향집은 초가집이었다. 초가집에서 나고 자랐다. 우리 집만이 초가집이 아니고 마을 대부분이 초가집이었다. 그래서 가을 타작을 마치면 마을마다 지붕을 새로 해야 했다. 농한기 마지막 품앗이 공동 작업이다. 낫을 들고 오래된 초가지붕에 올라가 벗겨내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초가지붕에 살던 굼벵이가 드러나고, 이따금 구렁이도 발견되곤 했다.
초가집 지붕을 새로 하는 일은 짚을 이용해 이엉을 엮는 것부터 시작한다. 초보자는 단순한 이엉 엮기를 하고 경험 많은 어르신은 ‘ㅅ’자 모양의 용마름을 엮었다. 햇볕 좋은 양지바른 마당에 앉아 경쟁하듯 이엉 엮기를 마치면 지붕에 올려야 한다. 어린 눈에 커다란 이엉을 둘둘 말아서 어깨에 메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오르는 모습은 마술처럼 보였다.
지붕의 이엉 덮기는 아래쪽 처마 가까운 곳부터 시작한다. 점차 한 단계씩 겹치기를 반복하면서 지붕 위쪽까지 차례로 펼쳐 올라간다. 빗물이 제대로 흐르게 하려는 것이다. 지붕의 꼭대기 마무리 이엉은 용마름으로 한다. 머리를 곱게 땋은 모양의 용마름을 올리면 초가집 모양새가 멋져 보였다. 바람에 견디도록 새끼줄을 꼼꼼히 동여매면 끝마무리다.
초가집은 이렇듯 지붕관리가 번거롭고 화재에도 매우 취약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짓고 온돌 난방, 등잔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을마다 자주 불이 났다. 처음 발견자는 ‘불이야’를 연발 외치며 마을 중앙의 방앗간으로 달려가야 했다. 방앗간 추녀 끝에 달려있는 종을 재빨리 울려야 했다. 마을 주민 총동원령을 알리는 긴급 상황 비상벨이었다.
마침 방앗간 옆에는 웅덩이 포강이 있었다. 포강은 늪의 충청도 방언이다. 비상 종소리에 세숫대야, 소죽그릇, 양재기, 양철 물동이 모든 그릇을 들고 뛰어나와 포강의 물을 퍼다 끼얹었지만 매번 역부족이었다. 거리가 멀면 한 줄로 늘어서서 물그릇을 전달했다. 읍내에 소방차가 있기는 했지만 기동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없는 돈에 벌금이 무서웠다.
그럴 때면 기와집이 무척 부러웠다. 고향마을에도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두어 채 있었다. 높다란 솟을대문과 큼직한 돌쩌귀, 팔작지붕 안채의 곡선과 흑기와가 위용 있었다. 무슨 큰 일 때 들어가 봤던 안마당은 넓기도 했다. 커다란 석축 위에 사랑채 대청마루는 우물정자 모양으로 짜놓은 우물마루였다. 삐걱거리는 우리집 쪽마루와 달랐다.
1965년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다. 그것도 현충사 성역화 사업으로 다른 동네에 비해 7, 8년 일찍 들어왔다. 초가집 시꺼먼 서까래와 하얀 전기애자가 기억난다. 초가지붕은 1971년 슬레이트로 교체됐다. 북한적십자대표단이 대로를 지날 때 우리 동네 초가집이 보기 싫다고 정부에서 서둘러 보조금으로 교체해주었다. 일종의 전시효과 지붕교체다.
사람들마다 언젠가 팔작지붕 고래등 기와집을 짓겠다는 소망이 하나 있다. 나이가 들면 전망 좋은 한옥과 멋진 육모지붕 정자를 꿈꾼다. 그러나 선뜻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옥을 직접 짓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속담처럼 우선 목공부터 배워야 한다. 이번에 우리 지역에서 목공배우기에 도전한 분들이 있다.
경동대학교 평생교육대학이 개설한 ‘목공생활가구’ 과정에 참여한 분들이다. 지난 5월 2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4개월 동안 16주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양양송이밸리 목공체험지도사 양성교육원 이상권대표가 맡아 진행한다.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목공생활가구’를 개설했는데도 적극적인 지역주민들의 참여로 조기 마감하였다. 목공과정은 개별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이 정원을 14명으로 제한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6시 30분 강의라 직장인도 참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목공수공구 및 전동공구 사용법, 목재종류 및 성질, 공구함 만들기, 수납가구 만들기, 의자 만들기로 기초부터 점차 숙련도를 높여가며 진행한다. DIY(내 가구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로 건전한 취미생활, 여가활동과 성취감을 동시에 맛보는 주민참여 인기강좌가 되어가고 있다. 점차 고급반까지 확대하여 언젠가 팔작지붕 한옥의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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