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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이분법
등록날짜 [ 2022년05월16일 16시26분 ]

복잡한 세상이다. 이런 일 저런 일로 이리저리 얽혀 있는 우리네 삶은 복잡하고 고단하기 그지없다. 그렇기에 이런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관계들을 간단히 도식화할 필요를 느낀다. 그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이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일들은 둘로 나누면 참 쉽다.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간결하고 명료해진다. 고민의 여지가 없어진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은 온통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선이 아니면 악이고 정의가 아니면 불의이며 친구가 아니면 적, 승자가 아니면 패자이다. 세상 모든 이치가 거의 대부분 이분법으로 나누어져 있다.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어야지 어설픈 회색의 설자리는 없다.  
회색은 이도 저도 아니기에 가장 저급한 부분으로 매도된다. 이솝우화에서 나오는 박쥐의 우화처럼 회색은 순간순간은 모면하게 되지만 결국 이쪽 저쪽에서 모두 배척당한다. 그래서 이편도 저편도 아닌 기회주의자들을 일컬어 회색분자라고 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시류에 편승해 박쥐처럼 자신을 변모시키며 부와 명예, 권력을 소유하며 생존해 왔던 많은 기회주의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현재까지도 그들만의 성을 견고하게 유지해나가고 있다. 다만 이솝우화와는 달리 그들은 한 번도 징치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회색 인간들을 보면서 분노와 동경의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회주의로서의 회색과는 결이 다른 회색에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필자의 젊은 시절 얄팍한 독서 경험 속에서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소설가 강석경의 ‘숲속의 방’이라는 책이다. 소설의 배경은 80년대 대학가, 학생운동을 기점으로 캠퍼스가 극명하게 둘로 갈렸던 시대이다. 소위 운동권 학생들과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고시 준비를 하던 학생들, 연애와 유흥에 더 관심이 많았던 부류의 학생들 간의 서로를 향한 증오와 갈등이 그것이다. 작가는 그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쪽에도 저쪽에도 온전히 몸담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어쩌면 회색지대에 진실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화두를 던질 뿐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오쩌뚱의 시대가 저물고 새롭게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덩샤오핑의 소위 ‘흑묘백묘론’이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흑묘백묘론’이란 쥐를 잡는 데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즉,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들이 잘 살게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논리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 날을 부부의 날로 정한 이유가 무척 재밌다. 가정의 달이기에 5월로 선정하고 서로 남이었던 둘(2)이 만나서 부부로서 하나(1)가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부의 날 선정 의미처럼 우리나라도 우리 지역사회에도 둘이 하나가 되는 21일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서로가 다르다고 상대를 헐뜯고 비아냥대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의미로 하나가 되는 일.
사실, 이분법의 세상에서도 흑백 논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빨강과 파랑이 합쳐지면 보라색이 되고 파랑과 노랑이 합쳐지면 녹색이 되며 노랑과 빨강이 합쳐지면 주황색이 된다. 결코 흑백의 논리로만 규정되지 않는 다채로운 삶이 또 우리네 삶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증오하지 않고 편 가르지 않고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훨씬 다양한 삶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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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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