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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시(詩)로 풀어보는 시(時)시(市)한 이야기 – 10
등록날짜 [ 2022년05월09일 16시00분 ]

뒤축//  권갑하
빛나는 모든 일들 앞축에 넘겨주고/ 중심을 잡느라 조금씩 기운 각도//
제 몸을 허물어뜨려/ 나를 바로 세웠구나//
눈물이면 어떻고 기쁨인들 뭣하랴/ 안 뵈는 뒷자리에 그저 그냥 묵묵히//
마음이 실린 쪽으로/ 조금씩 닳아질 뿐//
앞이 너무 환해 보이지 않던 것들/ 욕심에 개개어서 상처를 냈던 날들//
환한 듯 아픈 저녁이/ 뒤뚱대며 오고 있다//

흰색과 분홍의 꽃, 연두의 어울림이 바람의 흔들림에 더욱 아름다운 5월이다. 자연의 바람은 싱그러운데, 사람세상의 바람은 어수선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젠 지방선거와 관련된 수많은 말들이 영랑호를 지나, 로데오 거리를 스쳐, 청초호 물결 위를 가르고, 청대산 자락을 오르내리며 뿌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루머로 자리 잡는다. ‘떡은 사람 손을 건널수록 줄어들고, 말은 늘어난다.’는 속담이 실감나는 시간이다. 
그 많은 말들을 들으며 필자가 생각한 어휘는 ‘자리와 역할’이라는 두 가지였다. 몇 년마다 선거철이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국민을 위하여’와 ‘시민을 위하여’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 ‘선거’라는 바람이 가라앉으면 ‘국민과 시민’은 늘 가뭇없이 사라지곤 한다. 선거기간 내내 거리에서, 행사장에서 폴더 인사로 90도로 접히던 어떤 이의 허리는 배지가 달리는 순간 석고붕대가 된다. ‘자리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는 신발이 편안하고 멋있게 보이려면, 신발의 기본 구조에 맞게 디자인 되고 제작되어야 한다. 반짝이는 구두코가 멋있어지려면, 온갖 더러운 것을 딛어야 하는 구두 밑창의 헌신이 있어야 하고, 신는 이의 걷는 습관에 따라 자신의 몸을 닳게 만드는 뒤축의 희생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고단한 발이 토해내는 온갖 냄새와 땀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깔창이 있어야 비로소 구두가 된다. 
아침마다 시민들에게 지역의 일꾼으로 뽑아달라고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이들이 서야 하는 자리는 시 ‘뒤축’이 노래하듯 ‘안 뵈는 뒷자리에 그저 그냥 묵묵히’ 자리 잡은 ‘뒤축’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시민의 바람을 온 몸으로 실천하다 ‘조금씩 닳아질 뿐’인 ‘뒤축’이 되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시민들의 온갖 푸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깔창’이 되어야 한다.
지금 그들이 가고자 하는 자리는 빛나는 ‘구두코’의 자리와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신발論 // 마경덕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는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위의 시를 읽으면서 필자는 ‘신발을 버린 사람일까? 아니면 짐이었던 사람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떠난 신발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또 한편으론 ‘나라에서, 또는 내가 사는 고장에서 나는 신발이었던가? 신발의 주인이었던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바라건대, 이번 지역의 일꾼으로 뽑히는 이들이 자신의 ‘자리와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 속에 빛나는 ‘구두코’가 아니라, 제 몸을 허물어뜨려 시민을 편히 세우는 ‘뒤축’이 될 수 있길….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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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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