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속초시 시목 은행나무, 시민 곁으로 다시 돌아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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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08월01일 12시39분 ]

속초시 시목은 은행나무다. 그럼 예전부터 속초에 은행나무가 많이 있었는가. 답은 아니다다. 그러면 우리 주위에 많은 나무 가운데 왜 유독 은행나무를 속초시 시목으로 정하였을까. 그 이유를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속초시의 은행나무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속초시는 1963년 1월 1일자로 시로 승격되었다. 시로 승격되기 전에는 강원도 양양군 속초읍이었다. 그 속초읍이 시로 승격된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6.25 한국전쟁이라는 대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 6월 25일의 한국전쟁은 고향이라는 개념이 송두리 채 뿌리 뽑혀지는 아픔을 가져왔다. 삶을 위하여 고향을 두고 떠나야 하는 그 아픔을 겪어 보지 못한 이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을 부지하고자 정든 고향을 두고 떠나 타향살이해야 하는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두고 온 고향 근처에 살면서 언제라도 고향 가는 길이 열리기를 바라고 또한 고향으로 하루라도 빨리 가고픈 마음에서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 속초였다.
하나 둘 고향에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몰려든 피난민은 점점 늘어나고 아울러 남쪽 지방의 사람들도 이 고장에 오징어, 명태 잡이 하러 몰려들기 시작하여 속초읍의 인구는 읍의 상한선인 5만 명을 초과했다. 1962년 11월에 시 승격에 대한 법률이 통과되어 1963년 1월 1일을 기하여 양양군 속초읍이 속초시로 승격하였다.
시 승격 당시의 속초시는 외지인 특히 6.25 전쟁으로 인해 북에 고향을 두고 온 피난민들이 원주민보다 월등히 많았다. 북에 고향을 두고 온 피난민들은 고향을 두고 온 사연으로 언젠가는 가야할 고향이 있기에 현재 사는 곳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타 지역에서 온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곳에 정착한 많은 외지인은 누구나 돈을 벌면 살던 고향으로 가겠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내 두고 온 고향이 있는데, 두고 온 고향의 부모형제는 생존해 있는지, 내 집은 그대로 있는 지, 피난민들은 그저 오매불망 고향생각뿐이었다. 그러니 속초시는 인구는 시로서 자격이 되었지만 속초라는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애착은 눈곱만치도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그런 와중에 속초시 제8대 시장(1974년 9월 4일~1977년 6월 3일)으로 이 곳 온정리 태생인 김명한 시장이 부임하였다. 고향에 속초시장으로 금의환향한 김명한 시장은 역점사업으로 북에 고향을 두고 온 피난민과 외지에서 온 이들에게 살고 있는 오늘의 속초를 제2의 고향으로 정착시키고자 하여 ‘고향심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사업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처한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공무원들의 가슴에 고향심기운동 표찰을 달도록 하였다.
당시 온 나라가 그러하였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산하에서 속초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랑호 주변에는 보광사 근처에만 큰 소나무들이 좀 있었고, 청대산에 소나무 3그루가 있었으며 그리고 속초중학교 운동장 둘레에 버드나무들이 우뚝 자라고 있었다. 속초시내 가로변 어디에도 가로수는 없었던 시절이다.
김명한 시장은 고향심기운동 일환으로 가로수 헌수 운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나무 한 그루 5,000원의 헌수 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시민의 헌수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삭막하였던 속초시내는 은행나무가 식재되어 푸르른 시내로 성장해 갔다. 그 은행나무가 바로 속초시의 시목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에 식재하여 30여년이 지난 2009년 5월경 역사적이고 뜻 깊은 시내 가로수 은행나무는 모두 뽑혀져 다른 곳으로 이식되어지고, 대신 아무 의미도 없는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되었다. 속초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시민들이 두고 온 고향을 대신하여 내가 살고 있는 이 고장에 제2의 고향을 심겠다고 헌수한 바로 은행나무 속초시목은 속초 시내의 가로에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속초의 역사 일부가 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당시의 속초 역사와 시민의 뜻 깊은 헌수의 은행나무를 다는 아니라도 일부는 반드시 시민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두고 온 고향을 그리며 제2의 고향을 심겠다고 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후대까지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가로에서 뽑아 이식한 은행나무를 각 동별로 가로에 한 두 그루씩 이식하고 당시 시민들이 헌수한 은행나무라는 사실을 적시하여 후손들에게 속초를 사랑하고 고향을 심으려는 선조들의 애틋한 뜻을 전해 주어야 한다. 또한 속초시청 광장에 당시 시민들이 헌수하여 심었던 바로 그 은행나무를 재식재하여 속초시목인 은행나무에 대한 역사적인 사유를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청 광장에 식재한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시 예산으로 식재한 것으로, 이는 당시 고향심기 운동으로 시민이 헌수한 은행나무가 아니기에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속초시 승격 50년을 기념한 속초시 50년사 책자 10 페이지를 살펴보면 시목과 시화가 뒤 바뀌어져 있다. 역사는 있는 사실대로 바로 정확히 기록되어야 하고 보존되어야 한다. 역사는 오늘의 우리 것이 아닌 후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춘복
설악신문 이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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