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예총 제2회 훈춘청소년문예대회 백일장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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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

등록날짜 [ 2016년08월01일 12시34분 ]

나로서 잊지 못할 아름답고도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질 추억이 있다.
어렸을 적, 우리 옆집에는 노인네 두 분이 자식도 없이 외로이 생활하고 계셨다. 나는 이 두 분을 무척 좋아한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거의 이 집에서 살다시피 있었다. 아니 어떤 때에는 할머니의 팔을 베고 단잠에 소르르 빠질 때도 있다.
집은 별로 크진 않지만 아담하고 실용적으로 지어 언제나 깨끗하다. 게다가 마당에는 탐스럽고도 향기로운 화초들도 예쁘장하게 피어있었다. 할머니께서 늘 말씀하시는 손바닥만한 마당이지만 할머니의 능란한 솜씨 덕에 꽃, 나무들이 보기좋게 들어차 손바닥만한 마당도 한결 드넓어보였다. 어느 여름날 아침엔 주발만한 작은 화분통의 나팔꽃 줄기에서 대접만큼이나 커다란 꽃송이가 피어나 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진보라 빛의 우단처럼 고운 나팔꽃이었다. 매화, 라일락, 백화….
할아버지께서는 늘 향기가 짙은 꽃나무만을 심으셔서 그 좁은 마당 안은 마치 향수병처럼 향긋했다. 할머니는 음식도 잘 만드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만드신 간식 등을 마당의 평상위로 들고 나와서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즐기곤 하신다. 아담하고 깔끔하고 향기로운 집,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는 집. 그래서 나는 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네 집을 드나들기를 즐겼다. 내가 이 집에서 눌러 붙다시피 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심심하면 문갑서랍을 열고 노랑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서 50전짜리 두 잎을 골라주시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졸라도 한 번에 두 잎만 주시지 그 이상은 주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해 봄,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큰 집으로 이사 간다니 말릴 순 없지만….” 할머니께서는 앞치마로 눈시울을 훔치며 서운해 하셨다.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껌뻑이셨다. 그러나 나는 신나기만 했다. 새집, 그리고 큰 집으로 이사 가기 때문이다. 이사하는 날, 할머니께서 우리 짐차를 따라 새집까지 오셔서 눈코 뜰 새 없이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셨다. 초생달이 떠있는 하늘아래 초저녁의 골목은 연푸르게 그늘져 있었다. 한길까지 따라나서서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괴로움이 느껴졌다. 한길로 점점 멀어져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할머니의 사랑에서 온 것임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5년이 지난 후 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으나 그분들은 내 가슴속에 깊은 생활교훈을 남겨주셨다. 생활을 사랑하고 깔끔하고 분수 있게 조용히 살아가라는 자세를 알려주셨다. 나의 어린 가슴속에 깊은 교훈을 남겨주셔서 고맙고, 이 교훈을 끝까지 새겨두겠다. 이번 일은 나로서 잊지 못할 아름답고도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추억이다.
리진희 / 훈춘 제5중학교 7학년1반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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