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벡의 『오늘도 괜찮으십니까?』에서 현재 세계를 규정하는 어휘는 ‘세계화’ 또는 ‘세계주의화’라고 규정한다. 신자유주의적 근본적 자본주의는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자본과 국가가 결탁한 새로운 권력을 통하여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세계화는 서구의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제국적 경제 질서의 확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화는 전통적인 국가기관을 약화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한 시장 세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의 이면에는 ‘민족주의’의 강화라는 또 다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지구 전체의 위기인 기후문제, 원자력 문제, 금융문제 등을 논의할 때 세계화의 이상은 철저하게 민족적 이익에 의해 판단되고 결코 실천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대책’을 내세우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벡은 보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구체적 삶의 모습은 변화하고 있다.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다국적 인종이 같은 공간에서 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다양한 인종이 결합되는 ‘초국가적 가족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의 증가는 기득권자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체제의 유지에 이들 불법 체류자들은 요긴한 존재들로 활용되는 것이다.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위험요인이 세계를 위험사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위험에서 벗어날 것인가? 위험사회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유대와 협력이 필요하고, 또한 제도적 노력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울리히 벡은 '위험의 제도화'라는 표현을 통해서 미래상을 제시하는데,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 요인들을 사회제도의 틀 안으로 포섭하여 이를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이성과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하고, ‘성찰적 근대성’을 제시한다. 과학기술만능주의는 거부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인류를 행복의 유토피아로 이행하는 필요조건임에는 동의하지만, 필수 불가결의 충분조건이 아님은 이미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개인이 각종 보험에 가입하고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가 세계적인 기후 협약에 동참하는 것은 결국 불확실성의 위험을 극복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다.
근대화발전의 성공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동반한 대형 사건·사고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지금껏 진행되어온 근대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나아진 '새로운 근대화' 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과 산업화의 부정적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성찰적 근대화'의 방향으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 근대화인 ‘근대성의 종말’이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한계'도 함께 인식(의심)함으로써 ‘새로운 근대성’을 찾자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세계적 양상으로 변하고, 현대인들이 개체화되는 개인은 불안과 공포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초계급적, 초국가적 연대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인류가 국민국가의 틀에서 벗어나 ‘코스모폴리탄적인(세계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강하고 독립적인 법정과 언론매체 그리고 자기비판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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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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