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대북 기조를 갖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하게 되면서 대북정책의 주요 현안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14년째 중단상태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 인사에서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선 비핵화가 전제된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어느 시점에서는 논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018년 4월 남북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어서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윤 당선인으로서는 기존의 남북합의를 완전히 무효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비핵화에 있어 특단의 진전이 없다면 2018년 9.19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우선 정상화하기로 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재개는 요원해진다.
북한이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을 해체하고 있는 정황이 최근 포착돼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성과 함께 북측의 최종방침이 주목된다. 미국의 소리(팸)에 따르면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5~9일 사이에 촬영해 공개한 금강산 지역 위성사진에서 해금강호텔 옥상 색상이 6일부터 구멍이 뚫리거나 대형 중장비가 올라선 듯 어두운색으로 변했다. 9일까지 어두운색이 옥상 중심부까지 더 확대됐고, 호텔 옆 육지에서는 중장비 등 대형 물체가 놓인 것으로 추정됐다. 해금강 호텔에서 위성사진에 포착될 만큼 변화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의 소리방송은 설명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당시, 해금강호텔은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에서 한국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측 경비병에게 사살당하면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막혔고, 호텔도 문을 닫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그해 9.19평양공동선언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결렬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남북현안 논의는 진척을 볼 수 없게 됐다. 베트남 하노이회담(2019년 2월) 최종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0월 23일 금강산을 직접 찾아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 시설들을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며 시설 해체를 지시했다.
관광 중단 14년째, 금강산을 가는 길목인 고성군은 물론 호텔 운영사인 현대 아산 및 관계기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9년에 추산된 피해액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피해액은 현대아산(협력회사 포함) 약 1조8115억원, 고성군 약 5000억원, 한국관광공사 약 1380억원 등 약 2조4495억원으로 추산됐다. 강원도는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 방향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도는 2019년 10월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 범 강원도민 운동본부와 함께 유엔 대북제재의 영향권을 받지 않는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해 왔다”며 “정치영역이 아닌 민간차원의 교류로 개별관광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세호
전 민주평통 강원도협의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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