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부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관악부 지도교사 생활을 하면서, 관악부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학부모님들을 심심치 않게 겪었다. 관악부 활동을 하면 공부에 지장이 있다, 딴따라 날라리가 된다, 여자아이는 나팔을 불면 안 된다 등등…. 거두절미하고 공부 관련 편견에 대해서만 해명을 하자면, 원래부터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관악부를 해도 잘하고, 안 해도 잘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 역시 관악부 유무와 상관없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다.
필자가 관악부원이었던 1970년대에도 관악부에 대한 편견은 꽤 심했었다. 그런데도 1974년 속초고 관악부가 재창단 되자 지원자가 상당히 많았다. 우리 반이었던 1학년 2반에서 특히 더 지원자가 많았는데,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 그 시절에는 학부모님보다 선생님들이 관악부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 관악부를 마치 양아치 집단처럼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반 아이들이, 특히 성적이 좋은 아이가 관악부에 지원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불허하는 선생님도 계셨었다.
그런데 우리 반 담임 박상인(朴相寅) 선생님은, 관악부에 지원하는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독려하셨었다. 담임선생님은 수학 선생님에다 아주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셨다. 게다가 태권도 유단자였는데, 공인 5단인가 그랬다. 그런 분이었지만, 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는 애호가셨다.
“우리 반에서 지원자가 가장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악기를 잘 배워서 실력 있는 악사가 되면 우리 선생님들보다 봉급도 더 많이 받아요!”
종례 시간에 담임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관악부 지원을 독려하셨었다. 이런 말씀까지 하시면서.
“뺀드부원이 되면 음악특기생으로 인정되어 성적이 나빠도 낙제 대상에서 제외가 됩니다.” 당시 다섯 개 반 중에서 성적이 가장 나빴던 우리 반이었기에 그래서 지원자가 더 많이 나왔었다.
22명의 지원자 중 13명만
입단 시기는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당시 동기생들 중에서 모두 22명이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관악부 지도교사도 없는 상황에서 22명은 상당히 많은 인원이었다. 더구나 그해 1974년에는 야구부도 창단이 되어 그쪽으로도 지원자가 여러 명 몰려간 상태였었다.(※속초고 야구부는 1976년 봉황기대회 참가를 끝으로 해체됨)
당시 관악부 지원자 명단을 기억에 의존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클라리넷(함성빈, 최서호) ▲알토 색소폰(김남수, 최상만) ▲테너 색소폰(임용복, 김성봉, 최운철) ▲트럼펫(김철영, 손형석, 문명호) ▲트럼본(박진호, 박춘근, 임수철, 장종길, 홍용식, 오찬우) ▲알토 혼(이성수) ▲유포늄(서남석, 장영봉) ▲튜바(이강현) ▲타악기(박등원, 황귀선)
그런데, 이 22명 중에서 3학년까지 활동을 한 부원은 13명이었다. 9명은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 때문에 중간에 탈퇴를 했다. 탈퇴 전 활동한 기간도 각각 달랐다. 길게는 한 학기 정도, 짧게는 불과 2-3주 정도도 있었다.
공부에 지장 있어, 당장 그만둬!
탈퇴 사연 중에서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 클라리넷 파트 최서호의 경우였다. 그 친구는 악기를 제대로 한번 잘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 담임선생님이 문제였다. 최서호는 당시 성적 우수반이었던 1학년 5반 소속이었는데, 그 반 담임선생님은 관악부에 대해 무척 부정적이셨다. 그래서 사사건건 그 친구를 힘들게 했다. 결국, 그 친구는 견디다 못해 관악부를 탈퇴하고 말았었다. 1학년 5반 그 친구의 담임선생님은 명문 국립대 K사범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인성에는 문제가 꽤 많으신 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1976년에 치러졌던 강원도 교련실기대회 행사 기간 동안에만 활동했던 엑스트라 부원들도 있었다. 트럼펫 파트의 ‘박기영’과 드럼 파트의 ‘김찬’이 그 주인공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모두 속초중 관악부 출신들이었다. 그래서 이미 연주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었다.
후배 엑스트라 부원도 있었다. 1년 후배 홍철 역시 속초중 관악부 출신이었는데, 그 후배는 큰북 주자로 큰 역할을 해냈었다. 홍철 후배 전에 큰북 주자는, 템포감과 리듬감이 부족해서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었다. 홍철 후배는, 요즘 기타와 색소폰 연주가로, 또 인기 노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락 함께 했던 13명 악우(樂友)들, 그중 3명은 3학년까지 고락을 함께 했던 13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김남수, 김철영, 박등원, 박진호, 박춘근, 서남석, 손형석, 이강현, 이성수, 임수철, 임용복, 함성빈, 황귀선
이들 중 박진호, 서남석, 박춘근은 좀 이른 나이에 이 풍진 세상을 떠났다. 박진호는 필자와 가장 가까운 절친이었다. 그야말로 실과 바늘처럼 늘 붙어 다녔었다. 중3 때 만난 친구였는데, 그때 그 친구는 속초중 관악부 트럼본 주자로서, 또 악장(樂長)으로서 큰 활약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친구 덕분에 관악에 눈을 뜨게 되었고, 트럼본에 대한 기초도 배웠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도 악장(樂長)으로서 큰 역할을 했었다.
고인이 된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살아있었을 때, 관악부 23회 동창회를 추진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다들 바쁘고 전국에 흩어져 있어서 모임이 쉽지 않았다. 이들 3명….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나팔을 불고 있을 것이다.
<계속>
임수철
작곡가·전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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