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결혼이민여성 조이리나(사진)씨는 지난 2월부터 속초시가족센터(옛 속초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러시아어 통번역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가족센터는 올해 처음 러시아어 통번역전담사를 채용했으며, 결혼이민여성이나 공공기관, 학교, 러시아인 등을 대상으로 통역이나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조이리나씨 부모는 모두 한국계인 고려인이다. 부모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지만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모스크바 근처로 이사를 갔다가 연해주 아르촘으로 다시 옮겨갔다.
이리나씨는 모스크바 근처 아르한겔스크에서 태어났다. 학교는 음악을 좋아해서 예술학교에 8년간 다니고 피아노를 전공했다. 연해주에 있을 때 한국교회 합창단 모집을 보고 활동하게 되었다. 그 교회 목사님 소개로 1996년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 이화여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1998년 6월 러시아로 돌아가려던 참에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이 산을 너무 좋아해 2012년에 속초로 왔다. 이리나씨는 속초를 잘 알지 못한 채 왔지만, 지금은 속초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아이는 1남 2녀, 3명이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유식을 만드는 방법이나 목욕을 시키는 방법과 같은 육아정보가 다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되는데 그때는 러시아로 변환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숙제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어머니회에서는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다른 엄마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교 입시 때도 힘들었다. 잘 모르니까 선생님을 믿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족센터에서 육아 교육이나 대학교 입시설명회를 결혼이민여성의 통역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큰 아들이 작년 12월에 군대에 갔다. 불안속에서 아이를 보냈지만 아이에게 불안감이 전달되지 않도록 울지 않고 당당하게 보냈다고 한다.
가족센터에서 취업하기 전 이리나씨는 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가끔씩 과외도 하고 번역도 했었다. 자신의 강점인 러시아어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속초시가족센터의 러시아어 통번역전담사 모집에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리나씨의 앞으로의 꿈은 외국인을 위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상담을 하게 되면 통역이 필요한데, 그럴 경우 한 단계 거쳐서 전달하게 되는 힘든 점이 있다. 같은 나라 사람이 직접 상담을 하면 문화도 이해하고 오해한 부분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에 진학해 상담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조이리나씨는 “결혼이민여성을 보면 그냥 외국인 아줌마로 보이지만 그중에는 모국에서 많이 배우고 능력 있는 글로벌 인재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니사다 유타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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