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기독교에서 성탄절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기념일이다. 어쩌면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는 매우 의미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어떤 종류의 신앙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관심하거나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는 날이기도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기독교가 국교인 나라들에서는 부활절 전과 후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여 연중 최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국교는 아니지만 개신교든 카톨릭이든 기독교 신자들의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부활절 당일에는 교회나 성당에서 예배와 미사를 드리고, 주요 정부 인사들과 정치인들은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종교적으로 의미 있게 보낸다.
이처럼 해마다 맞이하게 되는 부활절이지만 올해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은 당시 로마제국의 총독이었던 빌라도였을까, 아니면 딱히 예수님의 죄를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로마 총독에게 우르르 몰려가서 사형집행 도구였던 십자가에 어서 못 박으라고 죽이라고 소리치고 침 뱉던 유대인들이었을까 하는 생각들…. 이 시점에서 시공간을 떠나서 사람들의 집단 광기를 느끼게 된다. 당시 유대인들의 리더였던 율법학자들과 수석사제들은 군중들을 구슬러 예수님을 없애버리고자 했고, 이성은 마비되고 광기에 휩싸였던 군중들은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라고 묻는 로마총독에게 어서 그를 죽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광기(狂氣)는 미친 증세나 기미이다. 미쳤다함은 정신 및 행동에서 나타나는 어떠한 패턴을 통해 특정될 수 있으며 사회규범을 위반하는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때문에 광기를 겪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광기의 대척점에서 집단지성(集團知性)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결과이다. 다시 말해서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집단적인 지적 능력을 통해 개체적으로는 미미하게 보이는 박테리아, 동물, 사람들의 능력이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통해서 한 개체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일컫는다. 이 말은 사회학, 경영학, 컴퓨터공학 등에서 주로 연구되거나 적용되다가 현재는 모든 사회 현상에 적용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 개념을 정리한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에 따르면, 그는 집단지성이 오늘날 기업, 학교, 대학, 지역사회에서 자라고 있는 ‘지식의 나무’라고 설명하면서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더라도 집단 광기를 느끼게 되는 일들은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보는 것보다도 자주 발생했고 그 영향력은 치명적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의 나치의 등장과 득세, 문화혁명시대에 중국에서의 홍위병의 발현, 구 유고연방의 해체기에 나타났었던 세르비아인들에 의한 인종청소 등등 굵직굵직한 획을 긋는 사건들이 많았다.
작금의 불편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는 코로나 시국과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광기인지, 집단지성의 결과물인지 의문이 들었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모든 상황에 연루되어 있는 우리가 울퉁불퉁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는 훗날 광기의 역사로 기억될까? 아니면 집단지성의 역사로 기억될까?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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