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홍경표’입니다. 하나! 둘! 셋! 넷! 시작. 경쾌하게 노래를 부르며 시작하는 재미난 이야기 시간,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렀어요.”
논에서 모내기를 하다가 모춤을 던져 놓고 집으로 향한다. 콩밭에서 김을 매다가 호미를 내려놓고 집으로 향한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이야기 가방을 들고, 그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언제나 환하게 반겨주는 천진난만한 유아들의 얼굴이 그를 기쁘게 맞이한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고성군 죽왕면 송암리에 사는 홍경표(67)씨는 지난 2018년,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전국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선발 공모’에 응시해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야기 할머니’로 선정됐다. 이후 진흥원에서 2박3일의 교육을 수료하고 수련 기간을 마친 후 다음 해인 2019년 봄부터 고성군의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을 시작했다.
“핵가족 시대에 이야기 할머니 필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우리의 옛이야기는 세대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그 옛날 할머니의 따스한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듣고 자랐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은 우리가 느꼈던 사랑과 따스한 온정의 가치를 전하는 역할로 핵가족화된 현시대에 매우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옛 동화, 선현들의 미담 등 다양한데 저마다 고유의 주제와 교훈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따스하고 구수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포근해지고 정신적 성장에 매우 필요한 생각주머니를 키워 가게 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저도 아이가 되어 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지요. 큰 즐거움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돼요.”
“할머니 안아주세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홍 할머니가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은 할머니의 눈길을 바라보며 “할머니 안아주세요”하고 달려왔다. 할머니는, 그의 품에 달려온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꼬~옥 안아주었다. 그들은 마치 친할머니 품에 안기듯 가슴에 포~옥 안긴다. “할머니 고마워요, 사랑해요” 하며 불러보는 정겨운 단어 ‘할머니’. 할머니는 손자 손녀 같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콩닥콩닥 심장 소리를 느끼며 그들의 마음과도 소통한다. 아이들의 따스한 손길과 포근한 정이 그의 가슴에 스며든다.
아이들 만나는 시간 언제나 기다려져
졸졸졸, 눈 녹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고, 보들보들 버들강아지 눈을 뜨는 봄, 홍 할머니는 올해 이야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야기를 외우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언제나 기다려져요. 그 시간이 제게는 가장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에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돼 모든 아이들이 할머니가 들려주는 정겨운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홍 할머니는 오늘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정겨운 이야기 보따리 한가득 동여매고, 아이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산 기자
홍경표 할머니가 토성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홍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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