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 온난화로 심각한 기후위기가 점점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자연 변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 때문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2021년 현재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속도는 80만년(현생인류발생) 동안 자연적으로 일어난 가장 빠른 속도보다 이산화탄소는 100배, 기온상승은 10배나 빠르다. 문제는 그 변화량보다 변화 속도에 있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 극단적인 날씨 변화와 재난 발생의 빈도가 더욱 증가한다. 한 보험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 약 250건의 재난성 날씨가 2019년 800건을 넘었으며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도 최근 20년 사이에 약 6배나 빨라졌다. 이는 기온상승으로 인류의 생존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티핑 포인트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로 열대 우림이 1분에 축구장 3개 크기가 없어지는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인류의 위험 대응 체계는 경험한 적이 없는 갑작스러운 위험이 아니라 패턴을 알 수 있는 점진적인 위험을 막기 위해 구축되어 있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는 1980년부터 20년간 매년 7% 이상씩 증가하다 최근에는 2.7% 정도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중 탄소 배출량이 많고 비중과 역할이 가장 큰 전력의 증가율은 4.5%다. 발전량으로는 석탄화력이 37%, 핵발전이 29%, 가스발전이 25%, 신재생에너지가 7% 정도다. 환경문제를 고려하면 에너지 정책은 더욱 스마트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핵발전은 위험성이 커 대안이 될 수 없고 신재생에너지가 유력한 대안이라 제안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술력의 부족과 발전량의 불규칙, 광활한 시설면적의 확보로 자연을 훼손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운송 수단도 내연기관을 배제하고 전기나 수소차로 교체해 탄소 배출을 저감해야 한다. 전기의 송·배전도 더욱 스마트 그리드화 해서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고 사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과 제도 측면에서 에너지 설비 총량 확보보다는 관리와 운영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스마트해져야 하고 최소한의 생활 배출 탄소는 산림탄소 흡수 등으로 상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대규모 도시가 아닌 지속발전 가능한 도시로 전환시켜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등 생활 환경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인간의 역사를 위한 배경과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예측할 수 없는 파괴적인 행위자가 될 것이다. 인간 활동이 증가할수록 지구에 더욱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지구는 인간에게 그 이상의 제약을 가한다. 인류는 기후를 통제할 수 없지만, 기후는 인류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279쪽)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은 누구나 언제든지 용서를 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한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용서를 하지 않는다. 자연은 나름의 법칙이 있다. 자연이 가는 길을 인간은 협상할 수 없다. 자연이 주는 경고를 경청하고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도록 더 늦기 전에 자연의 경고를 깊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당위성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화력과 핵발전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 총량을 생산한다는 대안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전력공급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시에 광활한 지역을 훼손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또는 풍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전혀 탄소 배출이 없는 핵 발전시설을 병행해 탄소중립과 연속적인 전기 공급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성능이나 안전성에서 세계 최고 기술은 물론 소형모듈 핵발전(SMR) 기술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핵발전으로 탄소중립과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책에는 탄소 배출 감축만 강조하고 흡수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배출된 탄소를 어떻게 줄여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압축해 저장하고 이용하는 상쇄방법은 비용과 기술 면에서 요원하다. 그 대안으로 산림 탄소 흡수를 위해 산림을 보호 육성하고 산림경영인에게 탄소 흡수량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하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이렇게 탄소 흡수원의 유지 및 증진을 독려하면 탄소흡수량은 자연적으로 늘어난다. 에너지 생산 총량을 확보하는 데만 역점을 두지 말고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 또한 다른 기후위기 대책의 접근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후위기 문제는 매년 사안의 심각성을 점점 더 강렬하게 몸으로 겪고 있다. 저자들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필요한 이유를 통계수치로 예를 들어 설명하여 신뢰와 이해를 높인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에 관해 기술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여 흥미롭게 읽힌다. 기후위기는 현재보다 미래에 발생할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 쉽다. 계속되는 환경오염을 누적시켜 방치할 경우 기후위기로 이어져 그 피해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가기가 쉽다. 「2022 한국의 논점」에서 제기하는 치열한 논쟁에 귀 기울이고 머리를 함께 맞대고 대안을 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지금이다. 정책 입안자와 미래를 염려하는 지식인이라면 꼭 읽기를 추천한다. <끝>
김승수
한국산림탄소협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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