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출신으로 3.1만세운동을 주도한 여성항일운동가 조화벽 지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라디오 창작드라마 <조화벽,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가 지난 14일부터 방송 전파를 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TBN강원교통방송(사장 주두환)은 3.1운동 103주년을 맞아 15부작 라디오 드라마 <조화벽,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를 지난 14일 오전 10시 35분부터 방송을 시작해 3주간 송출한다.
총 3개의 대주제로 구성한 이번 작품은 조화벽 지사의 며느리 김정애 여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드라마다.
양양출신의 조화벽 지사는 유관순 열사의 올케로, 양양군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여성항일운동가다. 1919년 4월 4일부터 9일까지 엿새간 펼쳐졌던 양양 만세운동은 가장 치열했던 지역 만세운동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성우가 아닌 ‘강원도립극단’ 소속 배우들과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들이 열연을 펼쳐 100여년 전 양양 장날에 울려 퍼진 함성을 더욱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연출을 맡은 김은희·고신희 PD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여성항일운동가를 주목하고 싶었다”며 “멸문지경에 이른 유관순 가문을 지켜내고, 독립투사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세 아들을 모두 앞세우는 참척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아내,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까지도 조명하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제1부 ‘양양 만세운동에 불을 지피다’에서 조화벽 지사는 버선목에 독립선언서를 숨겨와 이석범, 김영학 등과 만세운동을 주도한다.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고 태극기를 만들고 거리로 뛰쳐나간 수많은 무명 씨들도 함께 그려나간다.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 지사’와 혼인을 하며 펼쳐지는 제2부 ‘결혼, 독립운동을 위한 또 다른 선택’에서는 조화벽지사의 독립운동 담았다. 조화벽 지사는 핍박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활동을 시작한다.
마지막 제3부 ‘아내, 어머니, 그리고 독립운동가’는 조화벽 지사의 오랜 꿈이었던 ‘야학’과 임종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화벽 지사는 일제의 문화통치 아래 민족정신을 일으켜주고자 ‘정명학원’을 설립하고 6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한편, 4월 4일 월요일 10시 5분에는 1시간 분량의 다큐 드라마 형태로 재구성한 <조화벽, 그곳의 그녀가 있었다-양양 3.1만세운동>편이 TBN한국교통방송의 12개 방송국을 통해 전국 방송된다. 라디오 드라마는 원주 105.5MHz, 춘천 103.7MHz, 강릉 105.5MHz, 양양 95.1MHz, 동해·삼척 95.3MHz, 평창 89.3MHz에서 들을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TBN한국교통방송’ 또는 홈페이지(www.tbn.or.kr)에서 실시간 청취가 가능하다.
올케와 시누이로 독립만세운동 전개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제에 짓눌려 있던 우리민족의 자존감을 되살리던 그 때, 개성 호수돈여성보통학교에서는 양양의 3.1만세운동에 불을 지폈던 조화벽 지사가 학생들의 만세운동을 주동하고 있었다. 양양출신으로 일찍이 신학문에 눈을 떠, 개성으로 유학을 갔던 조화벽 지사는 그렇게 3.1만세운동을 주도했고, 유관순 열사는 천안에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희생적인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이 두 여성운동가는 3.1만세운동이 드높았던 1919년 이듬해인 1920년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올케와 시누이 사이로 시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조화벽 지사는 학교에서 17명의 학생들과 3.1만세운동을 주동한 후 독립선언서를 버선에 넣어 대포항으로 귀향해 1919년 4월 4일부터 9일까지 치열하게 전개한 양양 3.1만세운동의 불씨가 됐다. 이후 그는 만세운동으로 문을 닫았던 모교가 다시 개교하자, 졸업장을 받고는 이듬해인 1920년 공주 영명학교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아 간다.
그곳에서 어렵게 살던 유관순 열사의 두 남동생을 거두면서 4살 연하인 그의 오빠, 유우석과 백년가약을 맺고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그렇게 양양의 조화벽 지사와 공주의 유관순 열사는 올케와 시누이 사이로 인연을 맺었다. 3.1만세운동의 주동자로 몰려 공주형무소에 투옥됐던 유관순 열사는 그곳에서도 매일같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며, 서울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되기에 이른다.
시누이 유관순 열사를 보내고 남편과의 사이에 삼형제를 둔 조화벽 지사는 1932년 고향인 양양의 문맹퇴치를 위해 양양교회에 정명학원을 설립한 후 일제가 강제로 폐교시켰던 1944년까지 600여명의 제자들을 교육하며 인재양성에 많은 역할을 해오다, 1975년 9월 5일 서울 성북구 신흥사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누옥에서 며느리인 김정애 여사의 손을 꼭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화벽 거리 조성·책자 발간 선양
양양의 3.1만세운동 100주년이던 지난 2019년 한서교육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수필가 송혜영 작가가 유관순 열사와 올케인 조화벽 지사의 애틋한 인연과 아픈 시대 역사를 다시 짚어보는 <조화벽과 유관순>-‘양양 3.1운동의 주역 조화벽을 통해 본 유관순 그 후 이야기’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한서교육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송혜영 작가가 쓴 이 책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가계가 무너지다시피 한 유관순 열사의 일가를 지켜내고 제 한 몸 태워 주위를 밝힌 애국지사 조화벽과 평생 선봉에서 횃불을 들었던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근현대사와 함께 돌아보는 의미 깊은 이야기로 평가받았다. 책은 조화벽 지사의 며느리이자 전 3.1여성동지회장을 지낸 김정애 여사의 생생한 고증과 송혜영 작가가 직접 조화벽 지사의 삶의 궤적을 찾아 현장을 탐방하며 되살려낸 오늘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였다.
양양군은 도시재생 거점인 양양읍 남문3리(이장 최선남)의 양양초등학교 배후 마을을 지역의 3.1만세운동에 불을 지핀 인물인 ‘조화벽 지사’ 거리로 지정하고 벽화를 그려 그 뜻을 새겨 나가고 있다.
조화벽 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거리 만들기’라는 주제로 양양 3·1 만세운동 당시 만세 합창을 부르며 행진했던 양양읍 남문리 16-5번지 일대 138m 구간에 안내판, ‘조화벽 거리’ 글자 조형물, 태극기 바람개비, 무궁화 조형물, 이정표 등을 다양하게 설치했다.
오래된 담벼락에는 조화벽 지사 초상화를 그리고 함홍기 열사 소개 글을 넣어 당시 도내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됐던 3.1만세운동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양양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는 3·1 만세운동의 주요 내용을 만화로 풀어낸 이야기 벽화를 그려 호응을 얻고 있다.
‘조화벽 거리’ 조성사업은 항일만세운동의 고장인 양양군의 상징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양양 출신의 여성 항일운동가인 조화벽 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생활 속에서 선양하기 위해 최선남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획하고 추진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양양읍 남문3리에는 조화벽 지사의 얼을 기리는 벽화 거리가 조성됐다.
15부작 창작드리마 <조화벽,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스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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