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다음 해 경제를 전망하는 책이나 트렌드 책이 유행한다. 대부분 단기간의 유행을 좇거나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2017년부터 매년 출간하는 <한국의 논점>은 조금 다르다.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어젠다를 각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전문가의 분석과 통찰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 나온 <한국의 논점 2022>에서는 대선을 비롯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임인년 한해를 앞두고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논점을 4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을 짚어준다. 미래 예측서라기보다는 공론화를 염두에 둔 논쟁서에 가깝다.
1부 「HARD POWER」에서는 정치와 경제, 평화라는 화두를 붙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거시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2부 「SOFT POWER」에서는 불평등, 기후위기, 행복(삶)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들을 확인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이자 배경이 되는 기후위기 문제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10년에 시작된 ‘아랍의 봄’은 가뭄으로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반정부 투쟁이 발생했고, 한국은 1980년 최고 기온이 24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해로 흉년을 맞아 곡물 가격이 폭등했었다. 이런 문제는 산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근시안적 해결책이 아닌 근본적 원인이 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급선무다.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요소수 대란 같은 상황은 환경오염이나 자연 파괴와 서로 얽혀 있다. ‘탄소중립’ 선언으로 최근 더욱 사회의 논점이 된 <기후위기>의 원인인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을 보호·육성하며, 에너지사용을 스마트 그리드화 하는 등 사회시스템도 에너지 저감화를 목표로 할 것을 권장한다. 인간은 기후를 통제할 수 없지만 기후는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 원인을 알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함께 책을 쓴 사람의 면면이 다양하다. 조천호(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김선교(한국과학기술평가원 재직), 이현정( 녹색정치LAB그레소장), 박용남(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 남재작(농업기술실용화재단 기획조정실장), 장석준(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 등 기후위기를 염려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평가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협의체에서 ‘지구 온난화 1.5도’를 채택하고 지구가 산업화(1850~1900년) 이전의 온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지키자고 결의했다. 온실가스가 계속 증가하여 지구에 충격을 주면 이 충격이 누적돼 어느 순간에 기후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급속히 변화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하게 된다. 티핑 포인트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의미하므로 이때는 지구가 회복 불가능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고 만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거나 제거해야 한다. 인간에 의한 기온상승의 한계치를 막으려면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남는 배출량과 흡수되는 온실가스량을 같게 해 순 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것이다. 기온의 상승은 단순히 더워지는 것만 아니라 가뭄과 식량부족, 동토의 붕괴로 인한 메탄 배출, 해수면 상승 등 심각한 문제가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급변하는 기후는 자연만 통제할 수 없게 하는 게 아니다. 사회불안, 정치갈등, 국경분쟁, 인종청소 등 도미노처럼 파괴적 충격을 일으킨다.
탄소배출을 막으려면 우선 더 스마트한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탈 석탄화력, 탈 핵발전, 탈 가스발전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확대하며 운송 수단은 전기나 수소 등의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탄소배출을 감축 또는 차단해야 한다. 전력망은 ‘전기의 공급과 수요는 항상 일치해야 한다’는 법칙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기방식에 맞는 스마트 그리드 넷트워크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하고 여유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충분한 축전 시설도 확보해야 한다. 생활에 의한 필연의 탄소 발생량은 탄소 포집, 이용 및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상쇄시켜야 한다. 그 한 예로 국토의 67%나 되는 산림을 보호 육성하여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함으로 공기를 정화하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탄소를 저감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산림의 면적이 제한적이라 탄소 흡수원의 유지를 넘어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개발국에서도 산림 개발과 영림 사업을 시행하여 탄소 흡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도시 위기의 핵심은 생물 서식지를 훼손해 촉발되는 감염병 위기와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무인도에서 살지 못한다. 서로 연결되어 공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도시에 기후 친화적인 녹색 공간을 확보하고, 사람과 자연의 공정한 회복 전략으로 ‘도넛 도시’나 ‘15분 도시’ 체제로 만들어 시민 일상을 탄소 배출이 없는 도보나 자전거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시를 재구성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전기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전기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양을 감축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 보자. 1인당 온실가스 배출 ‘발자국’ 제도를 제안해 생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시개발에 따라 농지전용과 유휴지가 늘어 경작지가 주는 것도 문제다. 젊은이는 도시로 유입돼 농업의 고령화와 영농기술의 낙후로 이어진다. 식량 대란까지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환경문제와 더불어 영농 지원과 과학화, 집약 영농뿐 아니라 단위 농가의 영농규모 확대가 필요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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