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청에서 왔습니다. ○○양의 소아용 키트를 현관 출입문 앞에 놓고 가니 나중에 유용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지난 8일 오후, 속초시 노학동 한 아파트 현관 출입문 앞에 소아용 키트를 내려놓은 전재호 속초시 기획예산과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전 과장은 재택치료자가 있는 바로 인근의 다른 아파트로 이동해 현관 출입문 앞에 식품 세트를 내려놓고 전화를 걸어 유용하게 쓸 것을 당부했다.
전 과장의 이날 재택치료자 카트 배부 활동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전 과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자가 폭증하자 이날 키트 배부에 동참하게 됐다.
전재호 과장은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대상 가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아 그간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시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자가 크게 늘어나자 매일 키트 배부에 나서고 있는 6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7일부터 키트 배부에 동참하고 나서 청내 직원들은 물론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지난달 200명대를 유지하던 1일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서는 외출이 잦아지는 봄철과 일선 학교의 개학 영향 등으로 300명대를 넘어선 후 지난 8일에는 500명을 넘어 지역에서 1일 확진자로는 가장 많은 505명(지역주민 456명, 타지역 거주 49명)을 기록했다.
재택치료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2일에는 속초시보건소가 관리하는 재택치료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 10일에는 1,770여명이 됐다. 이렇다 보니 재택치료자 키트 배부에 나서고 있는 속초시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업무에도 서서히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시는 재택치료자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6급 이하 직원들 가운데 매일 2개 조(각 조 2명씩)를 편성해 재택치료자 중 집중관리군에게는 건강관리 세트를, 1인 가구에는 식품 세트를 전달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재택치료자 증가로 지난달까지 60~80세대이던 1일 키트 배부 세대수가 이달 들어서는 100~160세대로까지 폭증하자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재택치료자 처방약까지 배송하고 나면 밤늦은 시간인 오후 10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경우가 다반사가 됐다.
이에 시는 6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7일부터 5급 이상 간부공무원들을 재택치료자 키트 배부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에는 정성훈 부시장, 박재일 행정국장, 노화숙 자치행정과장, 하성란 공보감사담당관 등이 참여해 80여 가구에 키트를 전달했다. 8일에는 전재호 기획예산과장, 장봉주 문화체육과장, 박상완 세무과장, 정재룡 안전총괄과장 등이 참여해 80여 가구에 키트를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간부공무원들의 참여로 기존 2개 조(각 조 2명씩)이던 키트 배부 조가 4개 조로 늘어나면서 6급 이하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정성훈 부시장은 “확진자 증가로 재택치료자도 늘어나자 재택치료팀에서 인원 충원을 요청해왔는데 6급 이하 직원들이 산불 감시와 코로나 방역 등의 지원업무로 빠져있는 데다 선거 지원업무까지 있어 국장 회의 때 이 같은 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상 해보니 배부하는 데만 꼬박 6시간이 걸리는 등 너무 힘들어 그동안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며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지금 두 개조인 간부공무원을 세 개 조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전재호 속초시 기획예산과장이 재택치료자 1인가구에 식품 세트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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