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토로이가 함락된 후 트로이에서 서쪽으로 시칠리아와 카르타고를 거쳐 이탈리아의 티베르 강 어귀에 도착하게 되는 아이네이아스의 여정을 통해 그의 인내력, 자제력, 신에 대한 복종심을 그린다. 그의 긴 여정은 자신의 실존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러한 그의 성품이 로마 건설의 바탕이 되었다. 즉 시련과 고난이 닥치더라도 의지와 인내로 끝내 맡은 바 임무를 이루어 내는 아이네이아스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로마 제국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아이네이아스는 자신의 아버지 안키세스를 불타는 트로이에서 구하는 장면을 “아무런 도움도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나는 단념하고 아버지를 업고, 얼굴을 산으로 향하였다.”고 표현했으며, 10권에서 “인간의 마음은 운명과 다가올 미래사를 알지 못하기에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르는 법이다.”며 한치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인간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네이아스가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한 후 무녀 시빌을 찾아갔는데, 그녀는 아이네이아스에게 “그대 역경에 굴하지 말고 용감하게 전진하라.”라는 말로 격려했다.
인생의 여정은 어떠한 희극과 비극, 기쁨과 고난의 연속과정이다. 어떠한 삶의 과정 속에서도 개인적인 안일을 구하기를 피하고, 투명하고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감사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한 번 지나온 여정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실존을 의식하며 내 자신과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실존적 사유를 통한 자아 인식과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나아가 보자. 요즘과 같이 힘든 시기, 거친 풍파와 모진 비바람이 불 때면 책임의식으로, 자아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뇌로 자신에 대한 실존적 자아를 찾기를 바란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에서 “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신이 먼저 덕을 쌓고 진실로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좋은 이웃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소외가 심화되어 갈수록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우리 모두는 이해관계를 떠나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며 봉사의 정신으로 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대를 가리켜 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누구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도 너도 우리 이웃도 모두 잃어버리고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지켜왔던 많은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가난하여 배불리 먹지는 못하지만 은은한 온기가 하루종일 식지 않는 구들방 같은 따뜻하고 포근한 정겨운 초가집에서 조금은 투박하지만, 사람의 향기와 정취가 묻어있는 인정이 넘치는 옛날이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요? 고귀한 생명체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어떤 기대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주기만 해도 즐거움이 충만하여 누구에게나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그려 본다. 우리 모두가 메말라 있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처럼,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싹을 돋게 하는 생명의 숲과 같은, 지쳐 스러져 가는 목마른 자에게 생명수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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