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강원도청에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납북귀환어부피해자와 간담회를 갖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이날 최문순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강원도지사로서 피해자분들께 공식적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피해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보상과 치유가 이뤄지도록 강원도가 최대한 지원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강원도지사가 직접 참여해 피해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천리길에서 이제 두서너 걸음을 내딛었는데, 앞으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니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부친이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반공법 위반 등으로 억울하게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은 피해자 가족 속초 장○○씨는 “아버지 피해사실을 확인하려고 국가기록원을 두 번씩이나 방문하고 검찰 강릉지청도 찾아갔지만 판결문만 확보했고, 영구적으로 보존해야할 수사기록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며, “기록이라도 제대로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납북피해자 당사자이며 피해자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춘삼 진실규명시민모임 대표는 “많은 피해 당사자분들이 돌아가셨고, 살아계신 분들도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피해자분들이 살아계실 때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 납북되었다가 돌아와서 고초를 심하게 당한 피해자 가족 속초 김○○는 “부친이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관계기관에 끌려갔다 와서는 요강에 피를 많이 쏟으셨으며, 부친은 일을 전혀 하지 못해 오빠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를 타야 했다”며, “피해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들도 너무 참혹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 피해자는 “17살 나이에 납북되었다가 돌아와서는 부친 고향이 이북이라서 더 많이 고초를 당했다”고 말했다.
정근식 위원장은 “서해안 납부귀환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인천시장을 만났음에도 진척이 없는 반면에, 강원도의 경우 지역에서 시민모임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강원도와 강원도의회도 적극 나서는 바람에 상당히 빨리 진실규명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고성에서 발생한 풍성호와 건설호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8일 2기 진실화해위원회로서 첫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으며, 지난 2월 22일에는 1964년부터 1972년 사이에 동해안에서 발생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피해자 982명에 대해 대규모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이로써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대표적인 진실규명 대상으로 부상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강원도 지역 기자와의 간담회를 열고 납북귀환어부 982명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을 설명하고,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는 납북귀환어부 지원조례 제정에 앞장선 주대하 강원도의원이 함께 참석해 “납북귀환어부들에게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는데, 50~7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피해자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오에는 1972년 9월 7일 귀환한 승운호 선원 23명 중 17명의 피해자와 가족이 춘천지방법원에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과거 사건에 대해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승운호 납북귀환어부 피해사건은 지난 1월 25일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으로 현재 진실규명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지난 2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간담회 후 참석자들이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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