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는 실존적 상황에서는 객관성이 아니라 오직 주체성만이 답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주체성이 진리’이며 ‘진리는 주관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인간이 실존적 상황에서 늘 불안과 절망을 느낀다고 보았다. 또한, 주체적 결정을 회피하면서 빠지게 되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였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실존 방법을 세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본래적인 자기, 참다운 자기로 나아가게 된다고 하였다. 첫 단계는 ‘감각적(미적) 실존’이다. 아름다운 것이나 즐거운 것에 탐닉하는 실존으로 탐미주의자들이 취하는 태도로 인생을 향락하며 사는 것으로 향락 뒤에는 좌절과 허무, 절망만 남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인 ‘윤리적 실존’은 도덕적 선을 삶의 원리로 삼는다. 자신이 선택하면서 자기를 실현하고 자유로움을 얻으나 자기중심적이라는 모순에 부딪혀 현실과 괴리되어 절망에 이르게 된다. 좌절과 절망은 윤리적 실존에서 마지막 단계인 ‘종교적 실존’으로 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데, 신은 자신이 존재하는 근거이며 신앙을 갖지 못하고 절망하는 것이 곧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실존’은 허위와 절망 투성이인 자신을 오로지 ‘신의 은총’에 의해 구원받겠다는 것이다. 신의 은총에 의해 구원받는 실존인 종교적 실존이야말로 본래의 실존이라고 주장한다. 참된 실존을 회복하기 위해서 ‘신(神) 앞에 선 단독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강조하였다. ‘신 앞에 선 단독자’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주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삶의 여로를 걷는 우리들은 여행자다. 가장 비참한 여행자는 누군가를 따라가는 인간이며, 가장 위대한 여행자는 습득한 모든 지혜를 남김없이 발휘하여 스스로 목적지를 선택하는 인간”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주문한다.
또한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내세의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들의 몰락을 표방하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기존의 것을 과감히 파괴하고 뒤엎는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한, 지상에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인 ‘초인’을 선택하였다. 초인이란 인간임을 초월한 신과 같은 존재, 영화 속의 육체적 능력인 뛰어난 초능력자인 슈퍼맨이나 군자나 현자가 아닌 자기 극복을 위해 기존의 관습과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 모든 편견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자신을 초월한 자, 자신을 자신 안에 가두지 않고 자신의 밖에서 바라보는 자로 자신의 무게와 한계를 알고 그 덕분에 자신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하여 자기 극복의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 자기 극복, 자유 정신, 창조자 등을 의미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삶의 허무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설 것을 요구했다. "사랑하는 자는 경멸하기 때문에 창조하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한 것을 경멸할 줄 모르는 자가 사랑을 알겠는가! 나의 형제여, 그대의 사랑, 그대의 창조와 함께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나중에 가서 정의가 다리를 절며 그대를 뒤따라올 것이다. 나의 형제여, 그대의 눈물과 함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나는 자기 자신을 넘어 창조하려고 파멸하는 자를 사랑한다."고 외친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이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문제로 삼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존재를 ‘현존재’라고 말한다. 오직 인간만이 현존재일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현존재로서의 삶을 ‘본래적 삶’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본래적 삶’을 살아간다. 비본래적 삶이란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삶으로 우리의 일상이다. 가령, 좋은 학벌,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비본래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즐거워한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보고 판단하는 대로 문학과 예술을 읽고 보고 판단한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존재들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하이데거는 수많은 존재와 관계하며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을 ‘세계 내 존재(世界內存在)’라고 불렀다. 다른 사람들과 온몸으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함께 일하고,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하고, 함께 슬퍼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세계 내 존재의 의미이다. 인간과 망치의 관계를 보면, 망치는 못을 박을 목적에 필요한 도구다. 가령, 인간관계도 승진이라는 목적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에 띠라 관계를 맺는다.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로 관계를 맺는다. 그는 이러한 도구적 관계 맺음을 비본래적 삶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상적 세계를 넘어 근원적인 세계로 가야만 비본래적인 삶을 넘어 본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비본래적인 삶에서 벗어나려면 ‘양심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양심의 소리란 사회가 제시하는 도덕법칙이 아니다. 그런 도덕법칙에 자신의 삶을 일치시키려는 태도는 오히려 일상세계에 매몰된 삶이라고 한다. 양심의 소리는 본래의 자기를 일깨워주는 소리다. 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인간은 내적인 변혁을 이루게 된다. 하이데거는 죽음과 절망의 상황이 닥쳤을 때 자기를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상의 사람 속에서 ‘현존재’로서의 삶, 즉 자기 ‘본래적 삶’을 살라고 한다. 인간은 이미 ‘세계 안에 내던져진 존재’이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났지만, 일단 태어나서 이 세상을 사는 주체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결정은 오직 ‘나’에 의해서 결정되는 자유가 주어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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