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586세대’에 대해 물어보면 많이 들어보기는 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요즘 기성세대들에게 ‘MZ세대’에 대해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 필자는 소위 말하는 586세대이다. 지금이야 컴퓨터가 고성능화되고 내장된 프로세서도 용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되었지만 필자가 20대 때, 국내에 처음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는 ‘인텔 80286’프로세서가 탑재된 검은 바탕화면에 ‘커서’가 깜빡거리던 DOS 기반의 컴퓨터였다. 이후 컴퓨터 CPU는 ‘80386 프로세서’ 등으로 계속 진화되었고 그 당시 이를 빗대어 기가 막히게 만든 신조어가 바로 ‘386세대’였다. 386세대는 30대이고 80년대 학번을 가지고 있는 1960년대 생을 뜻한다.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룬 민주화 세대에게 붙여진 훈장 같은 비유일 수도 있었다.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들이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서 명칭은 486세대, 586세대 등으로 불리게 되었다.
당시 386세대의 부모 세대는 소위 산업화의 역군들이라고 불리던 ‘산업화 세대’였다. 그 때에도 부모 세대인 산업화 세대와 자녀 세대인 386세대와의 갈등은 있었지만 어찌 보면 민주화는 선대인 산업화 세대의 희생과 노력의 바탕 위에서 성숙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지금 부모 세대가 된 586세대의 자녀들은 대략 ‘MZ세대’라 불린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199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M)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이다. 현재 국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고 하는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특히 SNS 활용에 능숙하며 유통시장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선대가 그랬듯이 MZ세대의 특징들도 실은 386세대의 희생과 노력의 바탕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지금 세대별 별칭들을 언급해 보는 이유는 작금의 대선 정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어젠다에 대한 세대별 민감도가 유난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 세대별로 반응하는 양상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속된 말로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하나의 사안이 대궐이 불타버린 듯 큰일인양 난리를 칠 때도 있었는데 언제는 비슷한 사안이 재채기 한 번 한 것처럼 아무 일 없듯이 넘어가기도 하니 말이다.
세상에는 공정을 부르짖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100m 달리기 출발선상에서 초등학생에게는 무겁고 헐렁한 등산화를 신기고, 반면에 건장한 청년에게는 발에 딱 맞는 조깅화를 신기고 시합을 하라고 한다면,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출발했으니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시합도 피차일반일 것이다. 정치 지형이나 언론 환경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의 선거도 공정과 거리가 먼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산업화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였던 시절이 있었고, 민주화 세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시절도 있듯이 앞으로는 지금의 MZ세대라 불리는 세대가 주류가 되는 시절도 도래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더라도 공정과 상식이라는 보편적인 인식의 바탕위에서 모든 선거들이 치러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대통령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각 세대별로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포인트들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향후 5년간 우리 삶의 양태를 결정지을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별 ‘묻지마 투표’가 아닌, 탈 차를 고르듯 입을 옷을 고르듯 이모저모로 따져보고 비교한 최선의 결과와 마주하고 싶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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