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설악동을 살릴 수 있는 설악동재건사업이 올 상반기부터 본격 추진되지만, 이 일대 숙박업소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3년째 수학여행단 유치가 어렵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 여파에도 운영이 괜찮았던 달방 영업 숙박업소들마저 주고객인 건설인력들을 시내 숙박업소에 빼앗기면서 운영난에 건물 전체를 ‘통임대’하는 업소까지 나오자, 현재 운영 중인 객실만이라도 운영할 수 있게끔 객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이자 지원 등을 속초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설악동 C지구 공영주차장 인근 A숙박업소. 이 업소 건물 유리창에는 ‘통임대’를 알리는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다. 지난해 가을철 방문 때만 해도 숙박업소 건물 주위로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등 정상 영업 중이었는데 3~4개월 만에 ‘통임대’ 현수막이 부착된 것이다.
한 이웃 주민은 “해당 업소는 코로나 이후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단체관광객 유치가 어렵자, 시내 건설인력들을 유치해 달방(보증금 없이 장기간 숙박요금을 내고 거주하는 숙박업소) 영업을 했는데 얼마 전 건설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더 이상 투숙객 유치가 어렵자 달방 영업을 포기하고 3~4개월 전부터 ‘통임대’로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업소는 지상 3층 전체 40여 개 객실 중 1층 10여 개 객실을 가지고 달방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민은 “지금은 겨울철 관광 비수기여서 관광객이 줄다 보니 시내 건설인력들이 거리가 먼 설악동 달방 숙박업소보다는 시내 숙박업소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악동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단과 단체관광객이 거의 없자 지난 2020년부터 일부 업소들이 고육책으로 달방 영업에 나섰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현재는 감소추세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영업 중이던 C지구 상가 안 B숙박업소도 이날은 업소 입구에 출입통제시설이 설치돼 있는 등 휴폐업 상태였다.
설악동번영회에 따르면 예년 이맘때면 봄철 수학여행을 위해 설악동으로 현지 답사오는 학교가 있었으나 코로나19 이후 3년째 현지답사하는 학교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업소들도 운영난에 객실 수를 3분의 1로 줄여 운영하는 등 수학여행단 감소와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설악동번영회는 이런 여파로 전체 80개 숙박업소 중 영업 중인 업소는 30개 정도며, 이 중 10여 개는 겨울철 관광비수기에는 문을 닫아 현재 20개 정도가 영업 중이라고 했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수학여행단 유치 저조로 현재 영업 중인 업소들 또한 객실 리모델링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아 이자 지원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설악동 재건사업으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조성돼 설악동이 지나치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 수 있는 관광지로 전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는 올해 상반기부터 오는 2024년까지 총 264억원(국비 132억원, 지방비 132억원)을 들여 설악동에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설악 온천 힐링족욕쉼터, 산책로·소공원, 야간 가로경관 등 특색 있는 시설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명진 기자
설악동에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C지구 숙박업소 건물 유리창에 건물 전체를 임대하는 ‘통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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