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지역 어업인들과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루질객들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현내면 대진항에서는 초도어촌계원들과 해루질객이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급파된 경찰에 의해 물리적인 충돌은 제지됐지만, 어민과 해루질객들의 긴장은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대진항의 한 어업인은 “관광객들이 해루질을 해도 법적으로 단속할 만한 규정이 없다”며 “수년간 관계 당국에 법률 제정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제정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성군 관계자는 “해루질을 단속할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비어업인이 바다에 들어가 수산물을 채득해도 판매 목적이 아니면 제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실적인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어장에서 해루질을 금지하는 조례를 지자체에서 제정하기 위해서는 상위법의 위임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수산업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해루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바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수산자원관리법 등 관련법 개정은 수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어업인과 해루질객의 갈등을 외면하고 방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 초도 어촌계는 지난 18일 ‘생계를 위협하는 레져는 레져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어촌계는 청원에서 “어민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여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고 생활 터전이 바다인데 레져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원을 남획하고 있다”며 “생계와 즐거움 사이에서 마음고생하고, 고전하고 있는 어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고성군수협은 지난 21일 ‘비어업인 해루질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협조 요청’ 공문을 수협중앙회에 발송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고성군수협에서 관내 어촌계장들의 간담회가 있었다. 송근식 고성수협장은 이 자리에서 “어업인들과 해루질객들의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민청원에 협조해 어업인들과 레져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수산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함명준 고성군수는 “레저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어장이 무분별하게 개방돼 레저인들과 어민들의 극심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너무도 가슴아프다”며 “이러한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국민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지난 22일 고성군수협에서 송근식 조합장을 비롯한 관내 어촌계장들이 어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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