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지역의 한 농가가 이종품종간 생명공학을 이용한 배양기술과 세포 유전공학을 활용한 염색체 배가 기술로 다양한 딸기 재배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7년 전 체리 신품종 조직배양 기술 확보로 국내 재배 농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조성인(62) 씨가 딸기 재배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져 또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기존 빨간색 딸기에 야생 딸기를 결합한 배양기술로 색다른 딸기를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그의 1차 목표다. 염색체 수가 8배체인 기존 빨간 딸기와 야생 딸기는 염색체 차이로 교배가 거의 불가능해 생명공학기술(배배양)과 세포유전공학(배수화) 기술이 적용돼야만 개발이 가능한 어려운 작업에 그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조 씨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발되는 딸기의 경우, 우선 향과 맛이 독특한 데다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흰색, 노란, 분홍색의 다양한 색깔의 품종 재배가 가능해 벌써 딸기 재배 농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했다. 또 병충해에도 강해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딸기 품질 반해 개발 나서
조 씨가 다양한 품종의 딸기 개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체리 신품종의 일본 묘목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현지 방문 중 체리가 하향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새로운 대체 품종 개발에 주력하게 됐다.
조 씨는 “일본 농촌사회 고령화에 따른 농촌 인력 감소로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묘목 시장 개척 대신 다른 시장을 고민하던 중 일본 딸기 품질에 반해 딸기 품종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딸기 품종 개발로의 전환에는 딸 재영(29)씨의 제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 씨는 “당시 딸이 ‘젊은 층들이 핑크색 딸기를 좋아하니 핑크색부터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빨간 딸기로는 딸기 시장 개척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존 빨간 딸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과감히 색깔 있는 딸기 개발에 나서게 됐다.
이때부터 새로운 품종 개발을 위한 조 씨의 유전자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조 씨는 우선 인테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유럽의 야생 2배체 딸기(노란색)와 일본의 현지 견학 중 몰래 들어온 하얀색 딸기와의 교배를 위한 조직배양 작업에 주력했다.
무수한 실패 속에 드디어 육성 품종의 배지(식물이나 세균, 배양 세포를 기르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액체나 고체)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개발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육성 품종의 배지를 찾아낸 것은 한마디로 행운이었어요. 새로운 딸기 품종 개발을 위해 이런 배지도 만들어 보고 저런 배지도 만들어 보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배지가 만들어졌어요. 사실 운이 좋았어요.”
실험 재배 끝나면 농가에 품종 보급
그는 2배체의 야생 딸기와 8배체의 기존 빨간 딸기를 교배한 5배체의 품종으로는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배수화 작업을 통해 10배체 딸기를 만들어 특허 출원했다.
야생 2배체 딸기와 기존 재배 딸기(빨간색 딸기)를 배양한 16배체 딸기도 개발 중이다.
대포동 하도문쌈채마을에 위치한 그의 10평 규모의 조그만 실험장에는 이런 조직 배양 작업을 통해 흰색, 노라색, 분홍색의 다양한 딸기가 개발 중이다.
그는 실험 재배가 끝나면 국내 딸기 농가에 품종을 보급하거나 시설 규모를 늘려 본격적인 재배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경북 문경과 의성 등에서도 사업 제안을 의뢰받고 있다고 했다.
조성인 씨는 “전 세계적으로 10배체의 색깔 있는 딸기를 실험 재배 중인 농가는 우리 농가 밖에 없다”며 “해당 품종 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조성인 씨가 대포동 하도문쌈채마을 실험장에서 조직배양을 통해 개발 중인 딸기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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