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에서 꿈을 키우며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들.”
강원도교육청이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를 추진한다. ‘학교(교육)와 마을(지역)이 상호 협력하고 지원 활동을 통해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 학교와 마을이 연계하여 마을의 교육자원을 활용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함께 지원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복원하는 활동’을 마을교육공동체의 정의이자 정체성으로 두었다.
학생수의 급감으로 인한 작은 학교 통폐합과 이로 인한 인구 유출, 지역 공동체의 붕괴, 초고령화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는 강원도의 작은 지역들은 이를 단순히 사회문화적 현상의 한 단면으로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심각성이 중하다. 작은 학교 통폐합, 교육지원청 통폐합 등은 보는 이의 관점이나 해당 행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이견이 분분할 수 있는 사안들이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학교나 교육행정기관을 학생수나 인구수에 비례해 재편하는 것이 예산이나 인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교육부의 경제 논리와는 달리 교육기관 축소나 폐쇄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마을의 공동화나 황폐화, 그리고 교육양극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막말 파문은 우리 교육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을 지향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99%는 민중… 신분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등의 언행에서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주요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지향점을 볼 수 있다.
민중을 단지 역사의 무거운 짐만을 짊어지고 가는 무기력한 피동적 존재로 보는 그들의 시각은 과거 봉건주의나 제국주의 식민사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에는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고, 사회를 통제·유지·발전시키는 주체가 극소수의 ‘파워엘리트 계층’이라 믿는 그들 부류의 철학은 현대의 ‘대중의 시대(the epoch of the masses)’를 외면하며 시대를 역행하려는 도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에 반하는 인간들을 우리 사회가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간성과 공공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인격주의적 교육이 꾸준히 행해져야 한다. 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도 있다.
과거, 우리 교육이 성적과 경쟁만을 지향했던 시기도 있었다. 형평성과 공공성보다는 수월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교육과정 속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힘들어 하고 패배의식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암울한 시기였다.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학교의 책무이며,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는 당위성을 앞세워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하고, 학생 개개인의 등수와 성적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며, 0교시 수업과 강제야간자율학습을 진행하는 등의 획일화된 교육과정 때문에 한창 자율성과 창의성을 꽃피울 시기에 성적이라는 패쇄 상자 속에 갇혀 아이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야만 했다. 성적제일주의에 빠져 경쟁만이 최고의 가치 선으로 두었던 시간들에서 ‘민중은 개, 돼지…’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소수의 괴물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사회적 강자이자 권력자라 생각하며 다수의 대중을 그들의 위치를 유지하고 세습하는데 있어 하나의 수단이나 도구 정도로 하찮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다. 자신들을 무지한 대중을 먹여 살리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여 통제할 수 있는 소수의 특권 계급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권력’은 물리적, 강제적, 억압적 힘이 아닌 다수의 동의와 지지 속에 만들어지는 ‘권위’를 바탕으로 해야만 정당하다.
아이들이 공부와 성적만이 아닌, 다양한 배움과 체험을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길러나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학부모와 선생님들만이 아닌 사회공동체 전체의 바람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다. 지역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아이들의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교육, 문화·예술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하고, 학부모, 지자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발성과 민주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풍성한 교육적 효과를 창출해내고자 하는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통해 진정한 인재를 양성하기를 기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교육에 대한 공동의 관심과 노력, 열정이 모여져 강원 교육에서 새로운 혁명, 건강한 교육권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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