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0월, 51년 간 살던 속초를 떠나 고향 진해로 돌아간 임수철 작곡가가 ‘우리지역 관악부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그는 속초고(23회)와 강원대 음악교육과, 경희대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 2010년 2월 속초여중에서 20여년 간의 음악교사 생활을 마쳤다. 그해 3월 강원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 들어가 논문 ‘거문고의 유음적 도기철학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곡가 겸 음악평론가,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국악 입문서 , 음악평론집 <음악적 오류와 오해> <가곡 작곡법>, 수필집 <진해에서 온 아이> <못생긴 피아노> 등을 냈다. 두 장의 창작예술가곡 음반과 창작 기타곡 음반 1집 <당신을 위해서라면>(2013년), 창작 기타곡 2집 <기타로 노래하는 속초와 진해 연가>(2017년)를 냈다. <편집자 주>
작곡보다 관악과 더 깊었던 인연
필자는 작곡이 전공이다. 대학과 음악 석사과정에서 모두 작곡을 전공했다. 그런데 작곡보다 관악(管樂)과의 인연이 훨씬 더 깊었다.
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태어난 필자는, 유년 시절에는 해군군악대의 아주 열렬한 꼬마 팬으로, 그리고 아홉 살 때 속초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는 학교 관악부 팬으로 관악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관악부 트럼본 파트에서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로 근무했는데, 교사 생활 25년 중에서 21년 간은 관악부 지도교사로 근무했다. 그것도 21년 연속으로.
이뿐만 아니다. 주로 군악대 출신 교인들로 구성된 교회 소속 관악단에서, 지휘자 겸 편곡자로 3년 간 봉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필자는 관악과 함께 한 인연이 상당히 길고 깊었다.
관악부 지도교사로 근무했던 21년이란 세월은, 인생 전체로 보아도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 것 같다. 필자가 관악부 지도교사로 처음 근무한 학교가 양양고등학교였다. 그때 나이 서른둘…. 그리고 강현중학교를 끝으로 관악부 교사 업무를 마감했는데, 그때 나이는 쉰셋이었다. 내 청춘이 관악부와 함께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청춘을 돌려다오?)
덕분에, 필자는 관악부와 관련된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의 대부분은 우리 지역과 관련된 것들이다. 따라서 그것은 필자 개인사이면서 또한 우리 지역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것들을 글로 정리하여, 우선 설악신문 애독자분들과 널리 공유·공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필자가 관악부 지도교사로 근무했던 학교는 다음과 같다.(※괄호 속의 숫자는 근무 연도)
양양고(1988-1992), 속초고(1992-1997), 속초상고-지금의 설악고(1997-1999), 거진공고-지금의 거진정보공고(1999-2003), 고성고(2003-2004), 강현중(2004-2009)
1960년대 거의 모든 학교에 관악부
현재 속초 관내에는 영랑초·속초고·설악고 이렇게 세 학교에 관악부가 있다. 한 마디로 관악부가 있는 학교가 너무 적다.
그런데 거의 모든 학교에 관악부가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가 1960년대였다.
1960년대? 그 시절은 우리나라가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필리핀이나 태국보다 훨씬 가난했었고, 심지어 북한보다도 가난했었다. 그런데도 학교마다 거의 모두 관악부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관악부가 많았었는데, 영랑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속초·중앙·청호·대포초등학교에도 모두 관악부가 있었다.
참고로, 당시 교동초등학교에는 관악부가 없었다. 학년당 2학급 규모로 속초초등학교에서 1969년도에 분가한 소규모의 신생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큰 규모의 학교이지만. 그리고 1970년도에 개교한 조양초등학교에도 관악부가 없었다.
강릉·춘천사범 관악부 출신 교사가 지도교사로
이처럼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관악부 운영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강릉사범학교와 춘천사범학교에 관악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사범학교는 교육대학 이전 시대에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했던 학교) 그래서 강릉사범과 춘천사범 관악부 출신 교사들이 초등학교 관악부 지도교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속초초교 재학 시절에 두 분의 관악부 지도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도 강릉사범 관악부 출신이셨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사범학교 관악부 출신 교사가 교감·교장이 되고, 퇴직을 하면서부터 관악부도 하나 둘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지금 초등학교 관악부로는 유일한 영랑초교 관악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랑초교 관악부도 결국은 문을 닫았었다. 지금의 영랑초 관악부는 그 후 재창단이 된 것이다. 그리고 요즘 초등학교 관악부 지도교사는 행정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세부적인 음악 지도는 관악을 전공한 외부 강사들이 맡고 있다. 지도교사가 설사 관악 전문가라고 해도 혼자 모든 역할을 다 할 수가 없다. 요즘 관악부는 1960년대에 비해 규모도 크고 훨씬 더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랑초교 관악부만 해도 예전의 소규모 마칭 밴드가 아니다. 전문화된, 대규모의 콘서트형 밴드이다. 그래서 지도교사 한 명만으로는 운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중학교에는 속초중에 관악부가 있었고, 속초여중(지금의 해랑중)에는 현악기 중심의 관현악부가 있었다.(1967년에 개교한 설악중은 처음부터 관악부가 없었다.)
고등학교에는 속초고에 관악부가 있었는데, 1970년에 속초실업고로 개교한 설악고는 1980년도 초 무렵에 관악부가 창단된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에 자세히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당시 속초고 관악부 연주 기량은 아주 높은 수준이었다. 그럴 만한 요인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당시 속초고 관악부원 중 다수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관악부를 거쳐 입단한 부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속초고 관악부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처음 악기를 시작한다. 그러므로 그 시절에 비하면 완전히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충수업이니, 야간 자율학습이니 해서 제대로 연습할 시간도 없다. 같은 조건이라면, 악기 연주 실력은 거의 절대적으로 연습량에 비례한다.
이처럼 1960년대(좀 더 길게 잡으면 1970년대 초반까지)가 관악부의 전성기였는데, 비단 우리 속초 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체가 다 그랬다고 한다. 원로 관악 전문인들 말씀에 의하면, 전국적으로도 그 시절이 학교 관악부의 전성기였고, 그중에서도 강원도가 중심이었다고 한다.
<계속>
임수철
작곡가·전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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