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최고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에 대한 최고의 보장책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브라이스가 한 말이다. 국가중심의 국정운영이 아닌 국민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 즉, 시민을 최우선에 두고,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 그 곳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있는 것이다.
2021년, 작년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였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정부 포고령 제4호로 제2대 의회는 해산되었고, 30여년 동안 지방자치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었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1990년 12월 31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 선거가 다시 치러진 1991년이 실질적 원년으로, 30년 만에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32년 만에 자치분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기능이 보다 강화되고, 주민들의 권한과 참여가 확대되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의기구를 말한다. 의원 각자가 기관으로서 간접민주주의(대의제민주주의)의 원리에 입각하여 의정활동을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의회는 기관대립형으로서 대표기관, 의결기관, 입법기관, 집행감시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와 비판·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이 가운데 비판·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자기지배의 원칙, 자기통제의 원칙에 의해 주민의 대표로서 행정의 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지방의회가 자신의 결정사항이나 그 집행업무가 집행기관에 의해 성실히 수행되고 있는지, 합법적으로 집행되는지를 감시·감독·비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집행기관에 대한 통제기관의 지위를 가진다. 지방행정사무에 대한 감사와 조사권은 물론 집행부에 상시 서류제출 요구 등이 이 지위에서 발생을 한다.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의 균형 유지다. 그 균형유지는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견제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때 되는 것이다.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에 대해 대부분 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당과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면, 지방의원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할 것이고,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지방의원이 정당과 공천권자를 위해 일하는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정당이 같은 지방의회의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선거제도 하에서 자칫 잘못하게 되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시민들을 대신하여 문제를 지적하고 제동을 걸어야 하는 지방의회의 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그대로 시민들이 본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제도의 변화를 통해 개선도 해야겠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식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가진 것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고, 같은 정당의 지방의원이라 할지라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단체장도 지방의원도 시민들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같은 정당의 지방의원 중 누구보다 뼈아픈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이 많을수록 그 단체장은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선거라는 공개채용을 통해 4년간 열심히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계약직이다. 자랑스러운 속초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와 책무를 시민들께서 부여해 주셨고, 한시라도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는 그리 복잡하진 않은 것 같다. 선거운동할 때 머리를 조아리며 시민을 섬기겠다는 그 마음! 초심을 잃지 말아 달라는 지적, 어쩌면 그게 다 일 수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실패하기 쉽다. 아니 어쩌면 벌써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강정호
속초시의원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